트렌트 마지막 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34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손정원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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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체스터튼의 <목요일이었던 남자>에 대한 헌사다. 이 작품 다음에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읽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우리 나라의 시 <하여가>와 <단심가>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아가사 크리스티가 스승인 이든 필포츠에게 헌정한 <엔드하우스의 비극>이 떠오른다.   

트렌트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한 남자가 살해당하는 것이다. 누군가 정체 모를 사람에게. 친분이 두터운 노인에게 사건을 의뢰 받아 사건에 뛰어든다. 신사적으로 나오는 트렌트의 모습이 영 탐정같은 분위기가 안 나 주인공에게는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작품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 전형적인 추리 소설을 반박하기 위해 썼다는데 참 잘 썼다. 물론 지금 읽지 말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함께 읽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지만. 그 이후 트렌트가 등장하는 작품을 더 읽고 싶다. 작가가 과연 어떻게 썼는지 보고 싶다. 반응이 좋아 더 썼다고는 하지만 잘 써야 했을 텐데 이 작품보다 나은 작품이 나왔을지 몹시 궁금하다.  

형식과 기존의 틀을 완벽하게 벗어난 점은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그 형식이 너무 앞서 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차라리 장편이 아닌 중편이나 단편으로 이 작품이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이 생각도 된다. 왜냐하면 군더더기가 너무 많고 솔직히 나는 이 작품 속에서의 영국인의 모습과 그들이 그린 미국인, 프랑스인, 인디언에 대한 심한 혐오감 내지는 편견이 작품을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당시 영국이라면 이런 오만쯤은 떨 만도 하겠지만 그런 것을 일일이 작품에 표현하는 그들의 생각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마지막 사건이라고 제목을 정해 놓고 그 후에서 트렌트가 등장하는 작품이 출판되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마지막 사건은 아니다. 작가의 당시 생각이 그랬을 뿐. 이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는 고전적 추리 소설이다. 이런 류의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추리 소설을 꼬집고 싶어서 썼다는 이 작품은 정말 허를 찌르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출판된 1910년대에는 대단한 작품이었고 이 작품이 근대 추리 소설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틀림없고 놀라운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 가운데, 그 작품이 시리즈의 일부라면 딱 한 작품만을 읽는 것만큼 독자에게 고통을 주는 출판의 행태도 없을 것이다. 뭐, 트렌트 시리즈는 달랑 세 권밖에 안 된다. 1936년에 출판된 <Trent's Own Case>는 이 작품이 출판된 지 23년만에 출판된 작품이다. 그리고 <Trent Intervenes> 라는 단편집이 1938년에 출판되었는데 이 단편집이 더 보고 싶다. 트렌트는 단편에 어울리는 탐정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정말 구미가 당기는 단편집이다. 어떻게 안될는지. 두 권 다 출판되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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