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잡은 범인
M. 리 고프 지음, 황적준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파리는 위대했다. 돼지는 정말 희생적이다. 인간은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미물이라고 생각하는 곤충과 동물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는지를 안다면 말이다. 이 책은 아주 흥미로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한 곤충학자가 법곤충학이라는 분야를 정착시키며 사체에서 나온 온 갓 곤충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 좀 더 범인을 빨리 잡는데 기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 아니다. 그렇다고 범죄 소설은 더 더욱 아니다. 이 작품은 생물학, 특히 곤충학에 관한 작품이다. 곤충이 어떻게 사망자의 살해 시간을 알려주느냐, 어떤 곤충이 그런 일을 하느냐, 그런 것을 밝힘으로써 검시관에게 도움을 주어 궁극적으로 범인을 잡는데 일조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작품이다.  

어떤 시체에서 한 마리 파리가 나왔다고 하자. 그 파리의 종류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종류의 곤충들도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파리가 얼마나 탈피를 했는지, 알에서 부화되어 파리가 된 지 얼마 되었는지를 통계적으로 알아내야 한다. 그러면 그 시체가 언제 살해되었는지 파리가 알려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종류의 파리, 또는 곤충을 알아야 하는 지, 그리고 파리의 생태와 알에서 파리가 되는 시간, 그런 것을 통계적으로, 실험적으로 알아내어 사용해야 함을 알려준다.  

일종의 법의학서, 아니 법곤충학서인 것이다. 비단 파리만이 아니다. 식물도 범인을 알려준다고 한다. 이것은 이제 사건은 모든 과학적 지식을 총 동원해야 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서적이다. 초동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우리에게는 먼 남의 나라 일 같지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아마 조만간 큰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니 우선 법을 공부하는 관계자와 경찰 관계자분들이 필수로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단 살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학대의 증거도 되는 일이니까.

추리 소설에서 좀 더 영역을 넓혀 보기 위해 읽은 작품이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이 책은 일종의 법의학서라고 말할 수 있다. 폭 넓은 의미에서. 법의학이란 여러 가지를 아우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검시관이 사체를 언제, 왜 죽었나를 밝혀 내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그때 파리와 그 많은 곤충들이 사체가 언제 죽었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이 책은 알리고 있다. 사체에서 파리의 유충이 나오던가, 아니면 껍데기가 발견되던가 할 때 그것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서 법의학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생물학의 또 한 분야를 넓히는 거라 생각된다. 흙이나 식물도 단서가 되는 판이니 이 과학적 성과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이것은 기본일 수 있다. 사람은 죽음과 동시에 부패를 시작하고 그것은 파리와 같은 벌레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할 테니까. 또한 살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학대에도 적용이 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가족이 방치한 노인이 죽었다. 그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는데 그 안의 살은 온통 구더기 투성이였다고 한다면 이것은 노인 학대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도 많은 파리의 학명과 곤충들의 등장과 구더기의 성장 과정의 자세한 설명으로 난감하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어느새 매료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요원하기만 한 일 같지만 언제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이 땅의 많은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작은 방향 제시를 해줄 만한 책이고 더불어 추리 소설을 쓰고자 하는 지망생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자료가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에게는 아직 요원한 일일지 모르지만 이런 책의 지속적 출판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 책과 함께 <범죄 신호>같은 책들은 험한 세상을 살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책을 읽고 적절히 받아들임으로 해서 좀 더 발전되고 체계적인 수사 체계가 확립된다면 그것 또한 범죄의 예방과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되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선에서 잘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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