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 동서 미스터리 북스 5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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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세이초의 두 중편 <점과 선>, <0의 초점>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에도가와 람포의 책도 <음울한 짐승>에 <고도의 마인>을 함께 출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고도의 마인>과 함께 또 다른 단편을 수록해 주겠지 하는 기대도 가져 본다.

사실 <점과 선>보다는 <0의 초점>이 더 마음에 든다. <점과 선>은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그 트릭 말고는 사실 이렇다 할 점이 없다. 그런데도 1986년 일본 문예 춘추 선정 일본 추리 소설 100선에 3위로 선정되었다. 아마 취향 문제이거나 내가 <점과 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0의 초점>은 15위에 선정되었다. 하지만 <0의 초점>은 트릭보다는 인간의 심리가 중심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더 있다.   

<점과 선>은 사실 중편에 가까운 작품으로 대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트릭에 대한 착안만은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제목이 나타내는 점과 선이라는 낱말에 대한 의미가 비단 알리바이에 대한 트릭만을 의미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생에 대한 느낌을 뜻하는 듯 해서 잠깐 사색에 잠기게 한다. 결말이 맥빠지게 하는 감이 있지만 이 작품이 1950년대의 작품임을 감안하면 그리고 지금의 일본 작품들을 보면 그들 추리 소설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O의 초점>의 내용은 이제 막 결혼하고 신혼 여행을 다녀온 남자가 갑자기 실종된다. 그리고 아직 중매로 만나 남편을 알 기회도 없었던 아내는 남편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 듯이 연이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아내는 남편의 과거를 알게 되고 차츰 사건에 다가간다는 내용이다. 신혼 초에 사라진 남편을 찾는 아내. 아내가 한발한발 다가서는 남편의 비밀. 마지막의 그녀가 애잔하게 바라보던 바다까지 마음에 남는 작품이다.  

<O의 초점>은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의 증명>을 연상 시키는 작품이다. 패전 후 일본인들의 생활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굴절되고 역사를 떠나 개인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는 작품이다. <인간의 증명>이나 <O의 초점>은 모두 그 시대의 약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가 약자였겠지만 누구도 보호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만 했고 그것이 그들의 인생에 어떤 부메랑의 효과를 가져오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건의 전개 방식에서는 <인간의 증명>이 재미있지만 인간의 깊이를 차분하게 쓰고 있는 것은 <O의 초점>이다.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면 좋을 듯 싶다.

 <점과 선>이나 <0의 초점> 모두 한 시대를 살아갈 때 가장 약한 사람이 누구인가, 가장 상처받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빛이 환할수록 그림자는 깊다고 했던가. 이 작품들에서 그 시대의 그림자를 엿본 느낌이다.

다음에는 <모래그릇>이나 <검은 화집>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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