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처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스웨덴의 작은 휴양 도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추리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얼음 공주>의 시리즈격인 작품으로 에리카가 <얼음 공주>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는 주인공이었다면 이 작품은 에리카의 남편이자 경찰인 파트리크가 사건의 중심에서 해결하는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전편에서 등장한 에리카의 여동생 안나의 문제가 다시 속을 썩이고 스웨덴의 휴가철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소소한 그들의 일상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스웨덴으로 여행을 온 독일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 시신 아래 오래된 유골이 두구도 함께 발견된다. 그들은 1979년 실종된 두 여자와 2003년 현재 실종된 여자라는 시간적인 차이가 있지만 동일인에 의한 살인 또는 과거 살인자를 모방한 살인범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 같아서 경찰을 긴장시킨다. 그들은 과거 두 여성의 실종 사건에 관련된 단 한 사람인 지금은 자살한 유명한 전도사의 작은 아들 요한네스에 대한 단서를 다시 한번 조사한다. 그는 죽었지만 그를 고발한 그의 형 가브리엘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 여자의 신원을 확인한 후 더욱 놀라게 된다. 

한 집안이 원수처럼 지낸다. 형이 동생을 고발하고 동생이 형의 약혼녀를 빼앗고 형은 부유하게 살고 동생의 처와 조카들은 초라한 움막에서 산다. 이것이 에프라임 홀트가 남긴 유산이다. 에프라임 홀트는 유명한 전도사였다. 그런 아버지가 전도사였던 것이 싫었던 형 가브리엘은 종교와 담을 쌓고 살지만 그의 아들 야콥은 어려서 할아버지의 골수로 살아나게 되자 할아버지를 닮아 전도사로서의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에프라임 홀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촌인 린다와 스테판은 친하게 몰래 만난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서로의 처지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자살한 아버지와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아버지의 자식들이라는 점이 사건 앞에서 크게 부각된다. 

스웨덴의 휴양지는 여름 휴가철에 친척에게 방을 빌려주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임신한 에리카는 골머리를 앓고 임신한 아내를 사건때문에 돌보지 못하는 파트리크의 모습이 잘 묘사되고 있다. 여기에 늘 있는 경찰 내부의 알력과 경찰이 흔히 하는 생각인 '그때 내가 그것을 알아챘더라면'이 반복되며 경찰들의 사소한 모습을 잘 포착하고 있다. 캠핑카에서 캠핑하는 이들과 또 다시 사라진 십대 소녀를 찾기 위해 범인에게 다가가려 애를 쓰는 경찰들과 사라진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 그 자식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돌아오던, 며칠 지나지 않아 돌아오던 걱정과 공포, 죄책감과 무력감은 같다는 걸 안타깝게 느끼게 된다. 여기에 한장씩 펼쳐지는 피해자들이 고통당하는 장면은 짧지만 강한 인간의 공포와 본능을 잘 보여주고 있어 가슴 아팠다.  

작가는 작은 사실과 연관해서 과거까지로의 여행을 하게 만든다. 모든 사건은 언제나 뿌리가 깊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 뿌리는 인간의 작은 거짓말에서, 인간의 더러운 욕망과 탐욕과 자기 합리화에서 시작된다. 범죄는 아주 뿌리가 깊은, 인간의 오래된 인간과 역사를 같이 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범죄와 인간을 따로 생각하지 말고 인간의 삶속에서 일부분처럼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강한 임팩트를 남기기보다 북유럽 작품 특유의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viana 2010-08-2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타로가 도서관에 들어와서 2권 읽고 3권도 빌려왔어요.1권 빌려간 사람이 좀 황당할거에요.ㅋㅋ 저 덕분에 4권부터 읽어야 될지도..만두님 덕분에 잼나게 읽고 있어요. 감사해요.

물만두 2010-08-26 16:14   좋아요 0 | URL
재미있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