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캡슐의 수수께끼 노블우드 클럽 7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한 마을에서 무차별 독살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으로 한 젊은 여성이 지목된다. 마저리 윌슨. 마커스 체스니라는 특이한 성격의 부자의 조카다. 하지만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그들은 19세기 일어났던 독살 사건을 떠올리며 그녀를 경계한다. 사탕 가게에 독 초콜릿을 넣어 어린 아이가 죽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집안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 여행을 가고 거기서 마저리는 하딩이라는 남자를 만나 약혼을 하고 돌아온다. 그들은 거기까지 경찰이 따라갔다는 건 몰랐다. 엘리엇 형사가 그들을 조사하기 위해 따라갔다가 마저리를 사랑하게 된 채 돌아왔다. 

작품의 서두가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무차별 독살 사건을 다룬 작품인가 생각했다. 그런 작품이 꽤 있었기에 딕슨 카의 작품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런 독살 사건이 아닌 그의 장기인 밀실 트릭, 아니 심리 트릭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일어나는 독살 사건을 들이댄다. 이 작가의 대범함은 어디까지인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스니 가에서 마커스는 조카딸의 혐의를 풀 방법을 알아냈다고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펠 박사도 초대하지만 그는 가지 않았다. 거기에는 마커스의 동생인 의사 조 박사가 마을 임산부의 분만 때문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빼면 그 집안 사람 모두가 참가했다. 조카딸 마저리, 그녀의 약혼자 하딩, 마커스의 친구이자 심리학 교수인 잉그람 교수, 하딩이 필름에 그 퍼포먼스 장면을 담기로 하고 그들은 마커스가 한 모든 행동과 일어난 일에 대해 설문지에 대답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직후 마커스가 청산가리에 독살되었음을 알게 된다. 퍼포먼스의 중간에 누군가 들어와 그의 입안에 직접 넣은 초록 캡슐속에 들어 있던 것을 삼키고고 죽은 것이다. 게다가 하인 윌버 에밋은 누군가에 맞아 쓰러진 채 정원에서 발견되었다가 다시 독살당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였을까? 범인은 외부인일까, 내부인일까? 내부인이라면 이들의 견고한 알리바이는 믿을 만한가? 외부인이라면 이런 모임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또한 이 일은 마을의 무차별 독살 살인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지 궁금증은 증폭되고 런던 경시청 형사는 지방 경찰이 범인으로 이미 단정지어 버린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경찰은 범인에게 사건을 꿰어 맞추려고만 한다. 이때 펠 박사는 자신을 자책하며 늦게 사건에 뛰어 들어 범인의 범죄를 증명하러 나선다. 

너무도 한정된 공간에서 너무도 한정된 인물들 사이에서 범인을 가려야 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런 것이 더 어렵다. 왜냐하면 마커스가 펠 박사에게 보낸 편지에 적혀 있듯이 '모든 증인들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검은 안경을 쓰고 있는 거나 다름 없소. 그들은 명백하게 볼 수도 없고 그들이 본 걸 제대로 해석하지도 못할 거요.'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그대로 해당된다. 작가가 남긴 단서만 잘 따라가도 범인을 펠 박사처럼 찾게 되는데 그 단서를 명백하게 볼 수도 없고 본 걸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그래서 추리 소설이 재미있는 것이다. 앗, 하고 머리를 치며 놓친 것을 아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모든 것을 보며주면서 그것이 더욱 당혹스럽게 만드는 심리트릭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 범인을 일찍 찾게 되면 너무 싱거워 의심하게 되고 뻔하다 생각하게 된다. 한번 꼬아서 생각하다보면 이미 작가의 심리전에 말린 것이다. 누구의 말도 믿어서는 안되고 스스로 보고 들은 단서만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펠 박사처럼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는 없더라고 범인은 누구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를 이렇게 치밀하게 구성하다니 역시 존 딕슨 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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