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집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생각을 해보니까 아버지의 정년퇴직 이후를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아버지도 정년퇴직 후를 생각하지 못하셨던지 퇴직후 참 많이 방황하셨다. 작품 속 니키 준페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버지들은 작든 크든 이런 일을 한번쯤은 겪게 될테니까 말이다. 이런 이유로 니키 준페이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하고 생각해봐야 하는 일이 이 니키 준페이같은 아버지들의 미래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아니 고민을 해결해주는 일이라고 이 소소한 미스터리 안에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앨리스 시리즈는 니키 준페이가 직장에서 명예퇴직후 직장에서 1년동안 고용보장을 받으며 다른 일을 생각하던 중 어린 시절 꿈인 사립탐정을 해보고자 해서 차린 사무소다. 이 시리즈가 전직 샐러리맨 탐정의 아주 소소한 일상의 미스터리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거기다 조수는 집을 나온 전직 아동복 모델에 유명 아동복 회사 사장 딸 아리스다. 우연히 조수를 하겠다고 들어와 추리는 니키보다 더 잘해 오히려 니키가 조수같은 느낌을 더 많이 주기도 한다. 두번째 작품인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니키와 아리스 가족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소소한 미스터리들 사이사이에서 이어지며 눈길을 주게 만들고 있다. 

이 두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경찰에게 의뢰하기는 뭐하지만 그냥 지나치자니 찜찜한 일들을 해결하는 작품 속에서 니키가 말하는 '경찰에 호소해도 웃음을 사던가, 그렇지 않더라도 뒤로 밀려버릴 만한 사건...... 말하자면 틈새 사건'이 이들이 주로 맡는 탐정일인 것이다. 그런 일들은 어떤 엄마가 모임에 나가는데 왜 자꾸 이상한 일들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모임 장소의 문이 열리지 않는던가, 모임을 누군가 훼방 놓는 느낌이 드는데 증거가 없어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일이라거나, 고양이가 자꾸만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인터넷 동호회의 소식에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보호를 의뢰맡는다거나,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사라지는 진짜 탐정이 등장해야 할 것 같지만 니키가 나서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이라거나, 꽃 화분 도난 사건에 니키 본인의 아들의결혼할 예비 며느리의 스토커 증거 수집에 아리스의 가정 교사의 의뢰까지 정말 주변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이 펼쳐지고 그리고 그 끝이나 해결이 궁금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은 니키와 아리스를 통해 인간의 꿈과 환상에 대해 구분짓고 있다. 그것은 작가의 미스터리에 대한 관점이기도 하다. 인생 자체가 미스터린데 거기에 뭔가를 더해 꼬고 트릭을 구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꿈과 환상은 품어도 좋지만 그것이 망상으로 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성장을 했다는 구분점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어른인 니키같은 이들의 몫이다. 이 작품에는 유난히 가족이 많이 나온다. 특히 니키와 아들의 대화는 참 좋았다. 니키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런 말로 가족을 정의내리고 있다. "가족이란 등에 짊어지는 짐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져야 하는 사이도 아니지 않나요? 그저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 떨어져 있어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참, 우리는 가까운 사이를 더 잘 모르는 미스터리를 안고 산다. 조금만 대회하면 되는데, 조금만 양보하면 되는데 말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족할 수 없는 인간의 욕심이 관계를 망치는 줄 알면서 나아지지 않는 점이 진짜 미스터리다. 

소소하고 잔잔해서 오히려 보는 맛이 있는 것이 일상의 미스터리가 가진 장점이다. 우리 동네에 니키의 탐정 사무소가 생긴다면 좋을텐데. 아직도 못 찾고 있는 책들과 작은 목걸이며 반지들, 찾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아마도 누구에게나 이런 문제, 고민, 상담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럴때 이런 곳이 있어 믿음직하지만 어리버리해보이는 아저씨와 어리지만 귀여운 조수가 반갑게 맞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걱정의 반정도는 날아가지 않을까 싶다. 결과가 사실 그리 중요한 일들은 아니고 마음의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스터리란 사건이 주가 아니고 걱정의 해소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빨리 사립탐정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니키 준페이같은 탐정 아저씨를 만날 것 아닌가. 뭐, 이것도 소소한 바람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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