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불 블랙 캣(Black Cat) 22
C. J. 샌섬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C.J. 샌섬은 역사 추리소설의 대가임을 이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매튜 샤들레이크 변호사 시리즈를 통해 입증하고 자리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제 단 두 작품만을 읽었지만 그가 대단히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그 시대의 역사적 인물만이 아닌 그 역사적 인물 이면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역사에 남은 인물들보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생활상을 더 많이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었음을, 역사는 누구 한사람의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피력하고 있다. 그 점이 C.J. 샌섬의 매튜 샤들레이크 시리즈의 매력이다. 

토머스 크롬웰의 일을 돕다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마저 잃어버릴 지경에 몰린 사들레이크 변호사는 그동안 크롬웰과 인연을 끊었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변호사일을 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자신이 변호했던 의뢰인의 조카가 압살형이라는 참혹한 형벌의 위험에 놓인 것을 알게 되어 소녀의 변호를 맞지만 소녀는 사촌의 살해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입을 열지 않고 삶을 포기한 느낌을 준다. 그 이면에 무엇인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 그때 크롬웰을 모시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에게 크롬웰의 전갈을 전한다. 크롬웰은 자신이 찾는 그리스의 불이라는 것을 매튜가 찾아주는 조건으로 2주간의 소녀에 대한 형을 연기시킨다. 2주동안 샤들레이크는 두 가지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임무를 맡게 되고 실패하면 소녀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다. 

작품은 매튜 샤들레이크와 크롬웰경을 모시는 바라크가 같이 그리스의 불을 찾아 위험한 고비를 같이 넘는 모험과 엘리자베스라는 한 소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 지를 알아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구성으로 잘 엮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크롬웰이라는 이름이 주는 잔인하고 냉정하며 정치적인 역사적인 사건 위에서 펼쳐지는 모험담과 같은 시대를 살면서 종속적 계급 사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과 벗어나려 애를 쓰는 이들의 존재적 모험담이 무게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샤들레이크의 발걸음과 생각과 판단속에서 생생하게 전해진다. 작가는 역사 미스터리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처럼 견고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의 불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누가 그것을 가졌고 샤들레이크가 조사를 하려고 하면 먼저 알았다는 듯이 증인들을 제거하는 것일까? 그리고 샤들레이크와 바라크까지 죽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의문을 풀어가면서 샤들레이크는 그의 주변인물 모두를 용의선상에 놓고 비밀에 다가간다. 2주간의 엘리자베스에게 내려진 집행유예 기간은 D-데이가 다가오면서 점점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샤들레이크는 하루가 지나면 이제 며칠 남았음을 인지시키며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엘리자베스가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도대체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은 무엇일까?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작가는 종교적인 이유에서이든 아니든 애 몫이 아닌 십자가를 지려 하는 것 또한 죄라고 말하고 있다. 

매튜 샤들레이크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이 작품은 첫번째 작품인 <수도원의 죽음> 그 이후를 다루는 속편적 느낌도 준다. 전작을 통해서 작가는 영국 헨리 8세때 토머스 크롬웰이 단행한 수도원 해산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그 이후 수도원의 해산으로 어떻게 되었는지, 가이 수도사는 샤들레이크가 약제사로 일을 할 수 있게 했지만 다른 수도사들은 길거리에 내쫓기고 수도원에서 일하던 이들과 수도원이 보호하던 고아들이 방치된 상황에서 수도원을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받고 세를 놓는 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변해야 하는 것은 종교의 모습이 아닌 사람의 마음임을 피력하고 있다.  

지극히 종교적이면서 인간적 고뇌를 담고, 정치적이면서 복지를 꿈꾸는 아직도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샤들레이크는 완벽한 인간으로 그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인 곱추라는 사실에 절망하고 그러면서 인생을 포기하지 않지만 그런 자신의 의지처럼 다른 사람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면도 보인다. 동정심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자신이 서기로 채용한 이의 필사가 왜 서툴른지 헤아리지 못하는 단점도 드러내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또 다시 빠져드는 남성적 어리석음도 보여준다. 이런 불완전함이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있다. 이제 샤들레이크와 바라크가 한 팀이 되었다. 다음 사건에서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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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04-2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세기라...흐음...고민되네요.

물만두 2010-04-27 09:58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 좋습니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