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평범한 듯 보이는 영국의 한 마을, 하지만 그 마을에 있는 단리씨 집은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난 집이다. 화자로 등장하는 제임스의 친구이기도 한 존의 어머니가 어릴 적 다락 방에서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후 그의 아버지는 약간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그의 집은 그 뒤 계속 이상한 소문이 돌아 세를 줘도 사람들이 얼마 살지 못하고 나가곤 했다. 그런 것 빼고는 별 다른 일없는 곳에서 이번에는 헨리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만 살고 어머니는 돌아가신다. 그리고 단리씨네에 이상한 부부가 세를 들게 되면서 마을은 사건에 휩싸이게 된다. 

단순하고 간단한 밀실 트릭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그와 더불어 안락의자 탐정에서 발전한 형태인 1950년대 경찰의 어설픈 프로파일링이라고 해야할까, 심리학적 수사를 접목시켜 신선함으로 마지막의 반전에 양념을 더한 기발한 작품이다. 안쪽에서 잠긴 문에 대한 트릭, 그 안에서 일어난 범죄와 피해자만 남겨진 상황의 반복, 여기에 눈 쌓인 집에서 일어난 또 한번의 살인사건. 범인의 발자국은 어디에도 찍혀있지 않은 상황은 그야말로 집안 전체를 밀실로 만들고 여기에 동시에 두 군데 사람이 모습을 나타낸다거나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일까지 마술같은 일들이 트릭으로 펼쳐진 채 독자들을 유혹한다. 

처음부터 범인은 눈에 보였다. 아주 익숙한 트릭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 추리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처럼. 그런데도 작품은 의외로 재미있다. 경찰이 정신 차릴 수 없을만큼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건들과 영매라는 존재가 주는 약간 오컬트적 사이비 냄새를 풍기는 으스스함, 여기에 후디니의 마술에 대한 이야기까지 접목되어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모든 것이 오히려 나중에 전하는 반전을 위한 거대한 포석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작가의 치밀함에 놀라게 된다.  

익숙함이 신선함으로 바뀌어 사로잡는다. 이야기의 전반부의 트릭도 재미를 주지만 후반부의 트릭은 놀라움 그 자체다. 프랑스의 존 딕슨 카라는 말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작풍이 프랑스식 신본격 추리소설의 새지평을 연 것은 아닌가 싶어 좋았다. 정말 프랑스적인 새로운 작품의 탄생이라고 말하게 되는 작품이다. 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본격 추리소설하면 보통 일본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일본 추리작품들이 많이 나와 있고 탄탄하다. 하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질리게 된다. 이런 때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신본격 추리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 작품이 작품적으로 만족감을 준다면 그건 더 좋은 일이고. 이 작품은 작가가 창조한 탐정 닥터 트위스트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 작가, 폴 알테르의 작품이 더 많이 출판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닥터 트위스트 시리즈도 더 많이 출판되기를 바란다. 좀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익숙한 고전 추리소설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심리적 트릭을 구사한 세련된 탄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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