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 2 Miracle 4
강지영 외 지음 / 시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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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바쁘다. 쉴 틈이 없다. 경쟁이 치열하다. 낙오하면 큰 일이다. 패배하면 안된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살다보니 마음의 여유는 찾아볼 수 없게 되고 점점 더 각박하고 '나'만 아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점들이 문제가 되어 뉴스 속 사건, 사고로 등장하고 있다. 스토커, 재산 욕심, 불신, 위축, 광기, 무차별 살인 등. 이런 소재들로 현대인들의 문제를, 한 사회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 장르 문학, 즉 추리, 스릴러 문학이다. 말하자면 한국 사회, 현대인의 그림자를 조명하는 것이다. 

한국 스릴러 문학 단편선에 수록된 단편들도 이런 점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7월의 사람들>은 버스에 탄 많은 사연있는 사람들과 권총으로 버스를 납치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사람과 그 안에 자신이 훔친 국보급 문화재를 나두고 내려 택시로 쫓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붕괴>는 갑자기 붕괴된 건물 더미 아래에서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속 마음을 듣는 이야기다. <우리는 미쳐간다>는 사진을 찍으러 왔다 미친 여자와 친해지게 된 남자가 그 여자의 사연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숏컷>은 우연히 사람을 죽인 줄 알고 가뒀다가 그 사람이 죽지 않았음을 알게 된 소심남의 이야기다. <그림자놀이>는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여학교 근처에 있을 법한 ~맨을 도시괴담과 엮어 스릴러로 만든 이야기다. <위험한 오해>는 자신의 집에 먹을 것을 가져다 놓는 이상한 남자를 잡으려는 남자와 그 남자의 팬이 된 이상한 남자의 이야기다.  

단순한 작품도 있고 기발한 작품도 있다. 조금 더 다듬었으면 하는 작품도 있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다. 권정은의 붕괴는 여자 친구라는 한번쯤 접한 소재를 독특하지 않은 전개를 하면서 마지막의 반전을 통해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그러한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누구나 여자들은 여자친구이기 때문이다. '나'와 '너'는 상대적 개념인 동시에 한 사람에게 모두 해당되는 말이니까. 방세현의 <위험한 오해>도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지만 독특함으로 재미와 스릴을 선사하는 동시에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아는 지 묻고 있다.  

세상은 이제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 세대가 하던 말, '그 사람 참 법없이도 살 사람이지.'란 말의 의미를 잃었다. 그 사람 참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는 얘긴데 사람들은 이제 이 말은 사기당하기 좋은 사람, 피해입는 사람, 희생당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그런 면을 속으로 삯이다가 어느 날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하고 만다. 그러면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을 한다. '그 사람 착한 줄 알았더니 아주 몹쓸 사람이네.' 누군가는 그들을 그리 만들었다. 자기 자신에게도 책임이 크지만 사회는 혼자만으로 돌아가는 쳇바퀴가 아닌지라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럴때는 모두 빠져나간다. 그럴수록 세상은 점점 더 위험한 오해가 쌓여 미쳐가게 되고 결국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추리소설, 스릴러 소설은 그런 점을 가장 임펙트있게 표현하는 장르다. 그것이 좀 과하게 표현되기도 하고 읽기 힘든 면도 생길 수 있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공포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겪지 않았다고 외면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작품들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한국 스릴러 문학을 읽는 이유고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며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스릴러 문학, 한국 스릴러 작가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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