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의 피터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6
이시다 이라 지음, 김미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이 몰카로 야한 사진찍어서 돈을 버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도 이해하기 힘든, 뉴스에서 듣고도 믿지 못할 일들이 마구마구 일어나고 있는데 그래도 스트리트 갱단 두목이 친구고 야쿠자 중간 보스가 친구인 마코토도 희한한 일이라고 말하면 세상 돌아가는게 버겁다고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은 회색 피터팬이 돌아다녀도 야수와 포옹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왜, 불행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꿈을 부수어야만 하는 것일까. - 라고 마코토는 한탄하는 일이 <야수와의 포옹>에서 일어난 일이다. 부모를 여의고 남매가 친적집을 전전하다가 성인이 되어 같이 살면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내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오빠가 강도를 만나 돈 3천엔 때문에 다리를 못쓰게 된다. 여동생은 마코토에게 복수를 의뢰하지만 그 범인의 사연을 듣고 보니 그 또한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왕따를 당해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저지른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 봄이 다시 찾아오듯이, 우리들의 마음에는 스스로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자연적 치유능력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마음 같이 여린 것을 어느 누가 일생 지니고 살아나갈 수 있겠는가. - 이 작품이, 이시리즈가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여린 마음을 마코토가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다. 작품 속 인물들의 우리네 인생사같은 고만고만한 일들이 마음에 와닿아 내 마음을 잘 간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산다. 또는 상처를 입히고 산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세상 속에서 이런 일은 알게, 혹은 모르게 일어난다. 그 상처가 복수를 생각할만큼 크기도 하고 그저 욕 한마디하고 잊어버릴 정도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 상처준 사람은 잊어버려도 상처받은 사람은 잊지 않는다. 잊을 수 없기에 더 괴로운 것이다. 그들은 용서와 화해를 원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 마음의 평화, 내게 상처를 준 이가 그래도 어떤 사연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일이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나를 상처입힌 자가 나와 같은 인간이기를, 사람의 탈을 쓴 야수가 아니기를 말이다. 세상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 살만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지 싶다. 그 여린 마음들이 강한 비바람에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말이다. 

세상에는 정도만 걷는 사람도 있고 약간 다른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보통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고 업수이 여길 수 있는 사람들도 살아갈 권리가 있고 이유가 있다. <역 앞 무허가 보육원>은 아이들을 늦은 밤에 맡겨야 하는 호스테스들의 아이들의 보육 현실과 어린 아이를 노리는 추악한 변태의 이야기다. 그리고 단지 수상해 보인다는 이유로 변태 용의자로 몰린 청년의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이들이 많을텐데 이들의 아이들은 지금 누가 보고 있을지, 누군가는 관심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아니 키울 수나 있을런지. 

자, 이제 정치인들에게 보라고 하고 싶은 장면이 나왔다. 주목!!! <아케부쿠로 불사조 계획>이라는 계획을 가지고 정화 작업을 한다고 모든 윤락업소에 철퇴를 내리고 외국인을 잡아가고 그렇게 해서 그곳 상권을 침체시키고 다른 합법을 가장한 윤락업소가 들어오게 만들어 악순환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마코토는 단순히 호스트에게 빠져 풍속업소까지 가게 된 언니를 구해달라는 여동생의 의뢰를 받고 시작한 일이지만 그 뒤에는 또 다른 비정상적인 모의가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이야기같지 않은가? 뉴스에서 많이 접하던 내용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정치인들은 너무 가시적인 성과만을 보고 일을 한다. 그게 정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희생당하는 이들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들 또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국민인데 말이다. 너무 쉽게 단속하고 너무 쉽게 부수고 너무 쉽게 몰아 낸다는 생각은 안드는가. 그 안에 있는 이들은 사냥꾼에게 몰이당하는 동물이 아니고 인간이란 말이다. 내가 쇠 귀에 경 읽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지만 마코토도 한번쯤 정책을 세울 때 그 정책에 의해 희생당하는 이가 없나 생각해달라고 하니 나도 좀 그렇게 말하고 싶어졌다. 

작은 사건에서 큰 사건까지 이야기는 다양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하나다. 사람!!! 그 거리에 누구든 사람이 산다는 것이다. 누구든 사람이 살지 않는 거리는 거리가 아니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도,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단지 그렇게 두가지로만 나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회색지대가 있는 것이다. 삶이 그렇게 단순할 수 있다면야 이 과일가게 청년이 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않기에 오늘도 과일가게 청년 마코토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잽싸게 거리로 나가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나쁜 짓을 하면서도 의뢰를 하는 곳이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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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1-2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계속 나오는군요. 몰랐네요. 하긴 소재는 무궁무진할 거 같아요.

물만두 2010-01-27 10:17   좋아요 0 | URL
6권이 끝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