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반대 클럽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5
이시다 이라 지음, 김미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눈이 내리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날, 빙판에 넘어진 사람들은 짜증이 났겠지만 아이들은 눈밭을 좋아라 뒹굴렀을 것이다. 하나의 자연 현상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사건이 넘쳐나겠는가. 뭐, 그 사연, 사건들을 살펴보면 비슷비슷해서 놀라게 될 때도 있지만 그게 사람이라는 동물이 사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마찬가지로 마코토가 사는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서 일어나는 일도 모두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스카우트 맨 블루스>는 각종 윤락업소에 여자들을 스카우트해주는 스카우트의 달인을 만나 마코토가 한 수 배워볼까 하다가 사건에 끼어들게 되는 이야기다.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디디면 지뢰를 밟게 되는 것이 세상이다. 내가 지뢰를 밟았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수렁에 빠진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스카우트맨을 좋아한다고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지 알면서 그런 일을 해야만 그를 만날 수 있기에 자처해서 윤락업소 스카우트맨을 찾아갔다가 곤경에 빠지게 된 순진한 웨이트레스의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여기에 이제는 한물 간 스타가 야쿠자에게 협박당하는 <전설 속의 별>의 내용 또한 본 듯한 이야기다. 소설속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말이다.  

<죽음에 이르는 완구>는 중국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알리기 위해 일본 회사를 찾아 온 중국 여자를 도와주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월드컵의 해가 돌아왔다. 또 사람들은 축구공을 만드는 저임급과 아동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언니가 죽은 것이 살해됐다고 말하는 것이 마치 70년대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돈다. 여기가 아니면 저기에서 누군가는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게 되고 누군가는 그런 돈을, 누군가의 피에 젖은 돈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코토의 기도처럼 내가 사는 물건에 누군가의 처절한 피가 아닌 공정한 댓가가 지불되었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그건 그저 구매자, 소수의 소비자들이 마음 편하기 위한 수단은 아닌가 싶다. 눈가리고 아웅이거나 못 본체하는 거 아닐까.  

<자살 반대 클럽>은 자살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인터넷 자살사이트 운영자를 잡기위해 마코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야기다. 자살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살면서 행복하기만 해서 사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하지 않다 자위하거나 가끔 찾아오는 행복이라 생각되는 어떤 것을 맛보기 위해 끈질기게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살을 하는 건 자유다. 그걸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찰라의 순간에 자살을 막아 그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닐까? 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자살하지 않는 이유는 자살할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죽으면 슬퍼할 가족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뭐라고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할 수 있겠는가. 산다는 건 별거 아니다. 별게 아니라서 죽겠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별거 아닌 삶이 혹 아는가 끝까지 살아 나가는 동안 무언가 좋은 걸 발견하게 될지.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기에 사는 것이다. 궁금하지 않는가. 이 삶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말이다. 

이시다 이라는 마코토를 통해 내 마음을 파고 든다. 단타를 치는데 장타만큼의 위력이 있다. 그게 이 이케부쿠로웨스트게이트파크 시리즈의 매력이다. 나는 오늘도 마코토처럼 하늘 한번 보지 못하고 저녁을 맞이했다. 쌓인 눈조차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떠랴. 그런 것은 봤다 쳐도 좋은 것을. 마코토가 앉아서 보는 하늘이 보여 좋은 게 아니고 그가 걷는 거리가 보여서 좋은게 아니듯 현실과 픽션 모두 내 마음을 어루 만져주면 그만인 것을.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삶이 무료한 사람들에게 이케부쿠로웨스트게이트파크의 해결사, 과일가게 아들이자 칼럼도 쓰는 마코토를 만나보기를 권한다. 그가 아마도 당신의 문제도 해결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