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은행 강도에게도 룰이 있다. 그것이 바로 2분 법칙이다. 은행을 털러 들어가서 2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고 돈을 갖고 튀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무조건 2분이 넘으면 돈을 포기하고 달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2분을 넘기면 붙잡히기 쉽기 때문이다. 작품은 두 명의 은행강도의 막무가네식 은행강도짓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도취되서 2분 법칙을 어기고 경찰이 출동하자 경찰과 총을 난사한 끝에 사망한다. 

여기 또 다른 전직 은행 강도가 출소를 하루 앞두고 있다. 그는 철저하게 2분 법칙을 지키던 남자였다. 하지만 딱 한번 지키지 못했고 그것으로 인해 잡히게 되었다. 이제 나이 마흔을 넘긴 그는 새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에게는 나가면 찾아야 하는 여자가 있고 아들이 있었다. 그와 달리 경찰이 된 자랑스러운 아들이. 그런데 그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었다. 이제 그의 목표는 바뀌었다. 그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찾는 것이다. 

작품은 한 남자의 뒤늦은 참회와 같은 아들을 위한 자신의 마지막 할 수 있는 일을 애잖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를 사사건건 가로막는 경찰들의 집요함과 홀먼이 찾는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여기에 홀먼을 감옥에 가게 만든 전직 FBI요원이었던 폴라드가 홀먼의 도움의 손길에 응하게 되면서 묘한 콤비를 탄생시킨다. 전직 범죄자와 전직 경찰이라는. 이들은 경찰의 모든 보도에 의문을 품으며 재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홀먼은 경찰에게, 폴라드는 FBI에게 경고를 받게 되고 심지어 협박과 린치, 납치를 당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들이 숨기는 것은 무엇인가? 도대체 홀먼의 아들은 어떤 사건에 휘말린 것인가? 점점 사건에 다다가면서 홀먼은 아들이 부패한 경찰이 아니기만을 바라게 된다. 그건 그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래도 아버지인 모양이다. 이건 홀먼이 근본적으로는 나쁜 인간이 아니기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만약 범죄자 아버지를 둔 경찰 아들이 서로 만나고 그 아버지가 결코 나아지지 않는 구제불능이라면 아들에게 아버지는 지워버리고 싶은 존재가 될 것이다. 아버지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새 삶은 시작하기 힘들다. 힘든 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홀먼의 어린 시절 소년원 친구 치가 자식을 위해 합법적 사업을 하고 있듯이 말이다.  

돈 없는 자에게 돈은 유혹이다. 욕망이고 권력의 상징이다. 그래서 은행 강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강도만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 더한 날강도도 세상에는 많다. 이 작품에서처럼. 한쪽에서는 범죄자가 보통 사람이 되려고 애를 쓰는데 다른 쪽에서는 보통 사람이 범죄자가 되려고 애를 쓴다. 어쩌면 이것은 변하지 않는 인간 욕망의 법칙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지막까지 작품은 은행강도의 2분 법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 2분 법칙은 작품 전체에 스릴과 서스펜스를 주고 있다. 등장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사건이 조금씩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날 때마다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홀먼과 폴라드에게 몰입하게 된다. 예전에 좋아하던 범죄자 캐릭터가 있었다. 로렌스 샌더스의 <앤더슨의 테이프>에 등장한 주인공이다. 그 캐릭터보다 더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라고 말하고 싶은 캐릭터가 바로 맥스 홀먼이다.
 
아들의 장례식에서 범죄자 아버지라고 아들의 아름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에서, 결혼했어야 하는 아들의 엄마 무덤에서 혹 아들이 자신을 닮아서 잘못된 길을 간 건 아닐까 자책하며 통곡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스릴넘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작품이었다. 리치가 살아 아버지를 만났다면 아마도 아버지의 좋은 모습을 금방 발견했으리라 생각된다. 아버지가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된 아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아버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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