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밀리언셀러 클럽 104
리 밴스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직장에서 보내고 있던 피터에게 경찰이 찾아와 아내가 강도에게 살해당했음을 알린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에 적응할 사이도 없이 그는 보통 경찰 수사의 기본 원칙에 따라 남편이기에 첫번째 용의자가 된다. 경찰들은 다른 범인은 없고 오로지 그만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고 그의 뒤만 캔다. 그러다 그가 아내와 사이가 안좋다는 사실과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로 인해 그는 아내의 장례식에서도 쫓겨나고 직장에서도 쫓겨난다. 이제 그에게는 오로지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아내가 소포를 가지러 갔다가 강도를 당했다는 사실을 경찰이 알려준다. 그 소포는 친구 안드레이에게서 온 것인데 그 소포가 사라졌다. 도대체 안드레이는 무슨 소포를 보냈고 그 소포는 왜 사라진 것일까? 그는 당장 안드레이를 찾아나서지만 그의 종적이 묘연하다. 

월스트리스의 투자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역사적 사건과 가정사를 드라마틱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다. 아내 제나의 이상주의적인 모습에 반감을 품지만 그것에 매료된 너무도 현실주의자인 피터, 그리고 어린 시절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피터는 파파보이로 자라 아버지 말이 절대적인 남자다. 그렇다고 그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입양에 대한 생각은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이상적으로만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니까. 이런 세세하고 디테일한 이야기들이 피터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어떤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준다. 이런 죽은 아내에 대한 뒤늦은 죄책감과 후회가 작품의 이야기를 담당하는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위험에 빠지고 혼자 힘으로 부딪히는 피터의 모습이 그려진다. 게속해서 살인 용의자로 쫓기다 국토안전부에 체포되어 그들의 심문을 받기도 하고 그러면서 거기서 아내가 살해된 그 즈음 안드레이를 찾아 다녔다던 문신한 남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피터는 결국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한다. 이 사건은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공을 들인 일이기 때문이다. 피터의 아버지 말은 그가 모두 믿었지만 결국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그가 가정을 돌보지 않고 바람을 피운 책임을 아내에게 돌리고 피터에게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번지르르한 말이었을 뿐이다.  

작품은 금융만을 다루고 있지 않고 범죄 조직만을 다룬 것도 아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제약회사간의 다툼만을 다룬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무슨 2차 세계대전때 융단 폭격을 하는 거처럼 피터 앞에 그가 피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튀어 나온다. 여기에 친구 안드레이의 횡령 사건까지 알게 되고 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회장은 주주들 몰래 자신이 원하던 미술품 컬렉션을 사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데 누구도 그의 죄를 알지 못하고 알릴 수 없으니 죽을 맛이다. 어쩌면 모든 금융 위기들은 이런 웃선에서의 부정 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크다고 경고하는 것만 같다. 작품은 단순히 피터의 좌충우돌 아내 살인범 찾기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반전을 보고 나서야 왜 이 작품의 제목이 <반환>인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생 참 어렵다. 그러니 톨스토이가 <고백>에서 '우리 삶에 있어서 변화는 우리의 양심의 소리를 따르느 것이라기보다는 다르게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 틀림없다.'라고 말하고 작품 속에서 그것을 인용한 것이리라. 겁저가 아형가 사안의 <낙화>가 생각났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 작품의 마지막을 읽고 책을 덮고 나니 부질없이 쥐고 있던 것, 꺠닫지 못한 것, 삶은 한순간이라는 사실, 그러면서도 살아야 한다는 것에 쓸쓸해진다. 정말 우리가 진정 반환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마지막을 읽고 나서야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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