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톤 맨
토니 힐러먼 지음, 설순봉 옮김 / 강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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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과 신화는 어떻게 생겨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무시무시한 전설과 설화가 어떤 사건의 은폐라거나 이해 불가능한 관점에서 발생한 것이 와전되고 변형되어 그렇게 만들어져 이어져 내려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나는 일본 추리소설에서 많이 느꼈다. 이제 다시 돌아온  그리고 과거의 사람이 되어버린 토니 힐러먼 옹의 이 작품 <스켈리톤맨>에서 인디언식의 신화 또는 그런 과점에서 유추하게 되는 많은 신화들의 생성 과정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만났다. 

한 호피족 남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다이아몬드 원석을 단돈 20달러에 팔려다가 강도로 몰려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그랜드캐니언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그 남자를 찾아 온다. 이야기는 이제 현재에서 50여년 전의 과거로 흘러간다. 그 당시 그랜드캐니언 상공에서 두 대의 비행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사망한 대형 참사였다. 하지만 그 참사는 한 여인에게는 비극을, 한 남자에게는 행운을 안겨준다. 그 비행기에는 대부호의 아들이 타고 있었고 그와 결혼하려던 여자는 아이를 임신한 채 인정을 받지 못하고 그의 부모에게 버림받는다. 유산은 모두 비영리재단에 돌아가는데 그 재단에서 비리를 저지르던 남자와 이제는 중년의 여인이 된 딸이 아버지의 딸임을 인정받기 위해서 아버지의 시신을 찾아 나서고, 남자는 그녀가 찾지 못하게 저지하려 한다. 

그 와중에 조 리프혼은 이미 은퇴해서 무료하게 지내던 중 그런 다이아몬드가 예전에도 도난 사건에 포함된 사실을 알게 되어 그 사건을 조사하고 다니고 짐 치는 카우보이 친구의 사촌이 연루된 사건이라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그 다이아몬드를 준 계곡 아래에 사는 스켈리톤맨이라 불리는 노인을 찾아 나선다. 과거에서 시작된 사건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조 리프혼이 늙고 짐 치가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과거를 생각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그건 조 리프혼이 자신이 알던 노인이 죽었다는 소리에 그를 찾아나서 그가 살아있음에 안도하고 그에게서 오래전 다이아몬드를 받은 이야기를 듣게 되며 역시 단서는 리프혼이 모으고 행동은 짐 치가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이 얼마만에 만나는 조 리프혼과 짐 치란 말인가. 정말 리프혼이 아는 이의 죽었다는 소식에 놀라 달려가던 마음으로 나는 이 작품이 나온 걸 멍하니 보면서 정말 나온 것인가 생각했었다. 시리즈 후반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마무리하는 것처럼마냥 느껴지기까지 했다. 어느새 리프혼은 은퇴한 뒤고 짐 치는 또 다른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드디어 결혼을 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사이 사정을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보호구역에서 여러 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들만의 방식을 고수한 채 말이다. 나바호족인 경찰들과 달리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호피족이다. 죽지 않고 사람이 늘어 스켈리톤맨이 생겨난 부족. 스켈리톤맨은 그들에게는 죽음의 신이 아니라 지하세계의 수호신이다. 여기에 그랜드캐니언이 그저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이자 신화와 전설이 살아 숨쉬는 곳임을 느끼게 하고 있다. 

비행기가 충돌하고 사람들이 떨어지고 한 일이 백년이 지나고 천년이 지나면 하나의 전설과 신화로 재창조될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느 사회나 인간과 동물은 공존하는 존재이지 공유하는 존재가 아님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짐 치가 버려진 고양이를 야생 고양이로 스스로 살게 하기 위해 애를 쓴 이야기는 되새겨볼 만한 일이다. 모든 살아 숨쉬는 것은 자신의 의지를 갖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자연이 아닌 그 누구도 박탈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찾는 딸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다.  

토니 힐러먼의 조 리프혼과 짐 치가 등장하는 나바호족 경찰 시리즈가 단순한 추리소설로 읽히지 않는 점은 이 때문이다. 단순하면서 명료한 인디언식 가치관이 더 마음에 남게 되는 작품이다. 물론 추리적 요소가 덜하다는 건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스릴과 서스펜스를 느끼고자 읽는 작품이 아니다. 짐 치가 자신의 트레일러 주택 앞 통나무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평화를 만끽하듯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그런 독특한 추리소설이라고나 할까.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인 시리즈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가웠다. 더불어 토니 힐러먼의 명복을 늦게나마 빈다. 이런 작품을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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