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12색 - 한국 젊은 작가 추리 단편집, 클래식 미스터리 클럽
신재형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의 소재가 얼마나 다양한 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목도 '12人 12色'으로 열두명의 작가가 더로 다른 색깔의 단편을 독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추리소설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트릭을 위주로 한 범인잡기식의 본격 추리소설에서 사회파 범죄소설을 넘어 팩션까지, 그리고 여러 장르와의 연계를 통해 오컬트 미스터리, 환타지 미스터리, SF 미스터리, 역사 미스터리, 호러와 결합된 스릴러 등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도 그런 점에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짜 사건을 소재로 삼은 경찰 추리소설의 전형을 보여 준 <그들의 시선>, 마지막 반전이 오싹하게 다가오는 반전 미스터리를 선보인 <마지막 장난>, 별거 아닌 것 같던 내용이 트릭에 의한 본격 추리소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안락사>, 신주무원록의 탄생이 된 사건인냥 쓴 팩션 <글월비자>, 유쾌한 코지 미스터리로 워킹맘의 심리를 잘 묘사한 <지우개>, 반 지하에 이사 오는 사람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반지하를 소재로 인간 심리를 잘 표현한 심리 미스터리 <반 지하>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의 미래를 소재로 삼은 SF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오타쿠>, 오컬트와 초자연 현상이 가미된 작품인 <의식은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타투이스트를 소재로 한 진실이 궁금한 <꿈꾸는 아이비>, 이상과 현실의 타협에서 나이가 들면 한번쯤 생각하게 될만한 휴먼 미스터리 <노동자 K씨의 죽음>, 중국 원말을 배경으로 한 무협 미스터리 <안구사>, 바람 피운 여자가 내연남의 죽음을 불안해 하는 일상을 잘 묘사한 <불안>, 이 다양한 12가지 색깔의 작품들이 우리 나라의 추리소설의 미래를 보여준다.  

작품들에 공통적인 특징은 경계다. 뜻은 다르게 표현될 수 있지만.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 그 심리가 인간이 넘어서는 안되는 경계를 넘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세대간의 소통과 이해를 위해 경계를 허물기도 하고, 인생에 대해 자신이 쳐놓은 경계를 풀게 하기도 한다. 또한 제목 그대로 시공을 초월해서 의식의 경계를 뛰어 넘는 작품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실과 허구의 사이의 경계에서 독자와 주인공을 떠돌게도 만들고, 이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정말 인간이 가진 경계의 폭은 넓은 듯 좁고 깊은 듯 얇다는 것 알게 한다. 또한 추리소설의 장르적 한계나 경계는 없어야 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얼마나 다양하게 다른 작품을 쓰느냐, 참신한 작품으로 실험성을 높이느냐도 젊은 작가에게 요구되는 점이기도 하지만 완성도 높고 깊이 있는 작품이 더 요구된다. 독자들의 눈은 이미 많이 높아졌다. 작가들의 글에 대한 욕심도 높아졌으리라고 본다. 이렇게 추리소설의 붐이라고 할 만한 시대에 좋은 추리소설이 많이 나와준다면 우리나라도 추리소설이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일을 이 열두명의 작가들이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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