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문 베이 연쇄살인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제임스 패터슨의 우먼스 머더 클럽 네번째 시리즈 작품이다. 세번째 작품에서 네 명의 주인공 중 한명인 질을 잃어버린 일이 어떻게 수습될까 생각했는데 역시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변호사다. 작품은 두 가지 사건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그 사건들의 성격이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하나는 법정 스릴러로, 다른 하나는 연쇄 살인 사건을 쫓는 범죄 스릴러로. 

우선 시작되는 법정 스릴러는 안타깝게도 계속되는 십대 소년들의 살인 사건과 '아무도 신경 안 써.'라는 문구때문에 더 신경이 쓰여 비번임에도 파트너의 요청으로 함께 용의자를 쫓던 중 운전자가 두 명의 십대 남매라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도와주려던 린지와 그의 파트너 제코비가 그 어린 살인범들의 총에 맞고 반격하는 과정에서 누나는 죽고 남동생은 크게 다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이 왜 법정 스릴러라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느냐 하면 그들의 부모가 경찰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나쁜 경찰도 있고 착한 경찰도 있다. 세상에는 억울하게 경찰에게 당하는 선량한 시민도 있고 범죄자도 있다. 범죄자를 무조건 총을 쏴서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찰도 인간이기에 범죄자에게서 자신의 생명 방어가 기본이라는 이야기다. 경찰이라고 목숨을 내놓고 범죄자를 잡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일단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고 보도가 나가면 경찰은 나쁜 인간이 된다. 살인을 즐기는 미친 범죄자가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정당방위라고는 해도 어린 아이에게 총을 쏘고 싶은 경찰은 없을 것이다. 이런 난김한 일을 겪게 된 린지를 돕기 위해 변호사 유키 카스텔라노가 나선다. 

또 다른 사건은 집을 떠나 동생 집이 있는 해프문 베이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던 린지는 자신이 십년 전 미해결한 사건과 유사점을 보이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신원미상 피해자가 늘 마음에 남았던 린지는 이 사건을 조사하기에 이르는데 누군가 그녀를 감시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살인범들은 무엇 때문에 사건을 저지르고 피해자들은 왜 피해자가 된 것인지 알기 위해, 범인을 잡기 위해 린지는 과감하게 사건에 뛰어든다.  

법정 스릴러는 긴장감 넘치게 진행된다. 아무리 범죄자라해도 미성년자에게 총을 쏜 것이고 린지 자신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 변호사는 아이들이었다는 점과 피해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배심원들에게 동정표를 구하고 린지쪽 변호사는 린지의 정당방위와 그녀가 좋은 경찰이었음을 내세워 일진일퇴하며 아슬아슬하게 이어간다. 린지의 경찰 생명이 이 재판 결과에 달렸으니 보는 이도 마음 졸이게 만든다. 

한편 해프문 베이에서는 범인들이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는 것을 독자에게 알려주지만 마지막 반전으로 그들은 남겨둔다. 여기에서 법정 스릴러와 범죄 스릴러가 어떻게 이어지는 가를 보여준다. 하나의 범죄는 하나로 끝나지 않고 다른 범죄로 점점 넓혀진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악의 씨앗 하나가 꽃을 피워 많은 악의 씨앗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또 복수와 증오와 광기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한번 경계를 넘은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린지 박서는 쿨한 경찰이다. 범죄자의 범죄 동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경찰은 응당 그래야 한다고 작가가 표준을 제시하는 것만 같다. 경찰은 범죄자를 잡는 일만 하면 된다. 그 이상까지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런데 왜 신원 미상 피해자의 미해결 범죄에는 그렇게 신경을 쓴 걸까? 단지 해결하지 못해서라면 너무 단순하게 느껴진다. 피해자의 사연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기준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범죄자의 범죄 이유까지 듣고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는 드라마처럼 느껴지지만 어떤 면에서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오히려 절제하고 경찰의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살인을 하나의 게임으로 여기고 다니는 세상,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도 구해주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이 작품은 그런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다. 경찰의 사건 해결이 가장 주된 목적이고 범죄자는 반드시 잡아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원론에 입각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라면 무엇이든 가능하고 걸리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좋다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범죄자의 이야기에 린지가 좀 더 귀를 기울이는 자세였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신경 안 써.'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다 해결되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와 이제 우먼스 머더 클럽은 제 2기를 맞이한 기분이다. 쿨한 경찰 린지 박서와 그의 친구들의 모습이 이제 조금씩 내 눈에 남는다. 처음보다 작품 보기가 참 좋아져서 다행이다. 법정 스릴러와 범죄 스릴러를 동시에 보고 싶다면 이 작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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