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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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다. 처음 읽은 그의 작품 <화차>에서 <이유>, <모방범> 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런 그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쓴 작품은 사회파나 미스터리와는 좀 다른 일종의 기담집, 전설이나 요괴 이야기의 단편집이 많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장편 작품은 그 시대의 미스터리와 사회의 문제점을 작가 나름의 식견을 가지고 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외딴집>이다.  

처음 이 작품의 제목과 부제처럼 쓰인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라는 말에서 단편집인줄 생각했다. 교고쿠 나츠히코처럼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요괴 이야기나 괴담을 미스터리 사건으로 풀어낸 것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일본의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한다. <미미부쿠로>란 기담집에 움직이는 바위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가 두 가문  사이의 칼부림과 그로인해 한 가문이 몰락하고 무사들이 주인을 위해 난을 일으켜 몰살당했는데 그 집안에 있던 바위가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는 기이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그 사건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작가가 상상하여 만든 작품이다. 

그 이상한 사건인 겐로쿠시대 아사노가와 기라가의 사건이 일어난지 백년이 흐른 1802년이 이 작품의 배경이다. 한 가난한 초를 파는 장사가 갑자기 급사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의 장례를 치르려는 순간 그가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와 친하게 지내던 이웃은 그를 피한다. 또 다른 곳에서는 오하쓰라는 16세 소녀가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듣는 영험한 능력을 타고난 아이다. 그런 이유로 남쪽 행정 부교와 가까워 그의 의뢰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도 기이한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죽은 자의 몸에 사는 시비토쓰키인지 사령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일이다. 여기에 심문관 요리키의 아들 우쿄노스케를 달고 다니게 되었다. 

사건을 조사하고 오다가 오하쓰는 기름통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그곳에 어린 아이가 빠져 있는 것이다. 이 사건과 상관없이 오랜 무사 가문의 뜰에 있는 바위가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러 가게 된다. 거기서 오하쓰는 백년전 사건 속 모습을 느끼게 되고 한 무사가 걱정하며 부르는 이름을 듣는다. 계속 사건은 일어나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어 초장수의 변사 사건에서부터 조사를 다시 하면서 급기야 백년전의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난감한 일은 이런 이야기는 오캇피키인 오하쓰의 오라버니 로쿠조와 새언니, 그리고 부교님만이 아는 능력인지라 일반 사람들에게 사건 자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시대가 괴담을 믿기 좋아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사령이 죽였다고 증명할 수 없는 일을 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감하기만 하다. 여기에 사령을 어떻게 할지도 더더군다나 알 길이 없으니 막막하기만 하다. 

읽을 수록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고 잔인한 사건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작가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사가 어떻게 왜곡되고 한번 왜곡된 역사는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하지만 왜곡된 진실 속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 구천을 떠돌겠느냐고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주신구라가 이런 일본 역사적 사건에서 만들어진 연극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연극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만을 바란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도 우리가 가는 길이 어쩌면 왜곡된 역사를 무심코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또한 인간의 나약한 마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사령이 몸을 지배하게 만든다는 것은 마음에 병이 든다는 것이다. 마음에 병이 든 자는 무슨 짓이든지 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집념은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많은 무명씨들이 자신들의 작은 삶마저 지켜내지 못하고 살다 갔을 것이다. 그것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한이 쌓여 역사를 만들고 야사를 만들고 괴담과 연극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그 속에서 미래를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이들의 소박함을 깨지 말고, 그런 이들의 삶이 억지춘향이 되지 않도록 역사를 통해 오늘과 내일이 더 나아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이고 그 필력의 한계가 과연 있을지가 의문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글 한 줄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전에도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썼었다. <마술은 속삭인다>와 <크로스 파이어>는 현대물로서 초자연적 힘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들 작품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이유는 역사의 이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회의 이면을 조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는 대단히 놀라운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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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9-10-09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새삼스러운 이야기를....매번 놀라는 작가지요.
전 심지어 외딴 집을 2권부터 봤는데도 그게 2권인지를 몰랐어요.흑흑

물만두 2009-10-09 19:25   좋아요 1 | URL
읽으면 읽을수록 놀란다는 얘기지요.
그렇게 많은 작품이 나오고 읽었는데 놀라기가 쉽지 않잖아요^^
파비아나님 추석 잘 보내셨죠?
뻘쭘 인사드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