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 살인
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형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보리스 아쿠닌의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 세번째 작품인 <리바이어던 살인>은 판도린을 마치 셜록 홈즈처럼 묘사하고 있다. 거기에 한정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보슈 경감이 범인을 추적해서 탄 여객선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구성 속에 등장한 셜록 홈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1878년 파리에서 유명한 수집가 리틀비 경의 집에서 기이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 집에 있던 모든 사람과 리틀비 경이 살해되고 그의 수집품이 도난당한다. 하지만 값비싼 도난품은 센 강에서 발견이 되고 결국 사라진 것은 그것을 가져갈때 쌌던 스카프뿐이다. 범인에 대한 단서는 리틀비 경을 살해할 때 떨어뜨린 리바이어던 1등실 승객에게만 주어지는 금색 배지뿐이었는데 고슈 경감은 범인이 리바이어던에 탄 1등실 승객 중 배지를 하지 않은 인물일 거라고 생각하고 배에 탄다. 그리고 배지가 없는 사람들을 추려 낸다. 그들은 의사 부부, 일본인 장교, 고고학 교수, 은행가의 젊은 임산부, 영국 귀족, 여행 중인 영국 여인, 그리고 주인공 판도린이다. 

작품은 이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다시 유람선에서 도난 사건과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들이 자신들이 무언가 감추고 있는 것이 있음을 암시하게 만들어 고슈 경감과 판도린의 수사와는 별도로 독자들이 범인을 알아낼 기회를 준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고전 추리소설의 특징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이들이 묘사하는 각자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그 시대의 전형적인 사람들의 시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각자의 생각속에서 19세기의 상류 사회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한정된 공간인 바다 위의 유람선 안에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보슈 경감이 들려주는 여러 범죄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한 몫한다. 물론 그 이야기들이 모두 작품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여성 마리 산폰의 이야기와 사라진 스카프에 얽힌 에메랄드 라자의 이야기는 당시 여성의 범죄에 대한 생각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일본에 대한 이야기도 국제 정세 속에서 그들이 택한 것을 간단하고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19세기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을 작게나마 들여다보게 한다. 여기에 그들이 캐릭터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첫번째 작품 <아자젤의 음모> 이후 판도린이 어떻게 변했을지가 무척 궁금했는데 두번째 작품을 읽지 않아도 그가 잘 극복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으로 판도린은 더욱 추리 능력을 갈고 닦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있는데 한마디로 어린 탐정 소년이 셜록 홈즈로 진화했음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판도린은 여전히 말을 더듬고 수줍은 성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탐정이 추리 결과를 이야기할때는 전혀 더듬지 않고 이야기한다. 이 시리즈가 좀 더 나오면 좋겠다. 현대에 19세기 러시아 탐정을, 고전적 추리소설 속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일본의 신본격 작품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