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인디고 : 제1회 호스트 선수권대회
가토 미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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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제목의 노래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클럽 인디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제목처럼 살고 있다고 자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트라는 직업이 사실 그리 떳떳하지 않을 건 없지만 어디에 내세울만한 직업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라 그에 맞게 살아간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겠고 또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도태되거나 유야처럼 명목상의 사장 또는 매니저같은 일로 옮겨갈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산다는 점이다.  

오늘도 클럽 인디고의 사장인 아키라와 시오야는 바쁘다. 그들의 클럽 인디고는 분명 놀고 즐기기 위해 만든 호스트바이건만 어찌된 일인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일전에 신세 진 왕도계 호스트 클럽 엘도라도의 구야가 자신의 가게 호스트 조사를 의뢰하는가 하면 시오야와 함께 일하던 후배 편집사 실종 사건도 조사해야 하고, 괜히 나기사 마담 가게에 침입한 도망가는 강도를 잡겠다고 나기사 마담 백을 던겼다가 그 안에서 잠자고 있던 나기사 마담의 애완견만 잃어버려 나기사 마담의 애완견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심장병에 걸린 신참 호스트 기 살려준다고 호스트 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엉뚱한 일을 겪기도 한다. 이들이 호스튼지 탐정단인지 점점 정체가 모호해지고 있다. 

사건들은 모두 어떤 사회에서나 일어나고 문제시될 수 있는 사건들이다.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얼굴이 생명인 호스트에게 얼굴에 화상이 입을 정도의 독한 액체를 뿌리고 도망가는 사람의 이야기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뉴스에 나왔던 염산 테러 사건이 생각났다. 여기에 실종 사건은 지금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강도 사건은 늘상 일어나는 사건이라 더 이상 놀라운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울하고 심장병에 걸린 사람의 생명줄인 심장병약을 도둑질하는 사건은 살인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건들을 단순하고 가볍게 전개하고 있어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뿐 따지고 보면 모두 심각한 범죄,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생각해봤다. 여자들이 왜 호스트 클럽을 찾을까? 그건 외로워서다. 그곳에 가면 호스트들은 그들에게 친절하다.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말 상대도 해주고 웃게 해주고 작은 하소연에 걱정도 해준다. 이건 남편이나 친구, 자식들도 해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이런 여성들이 끊임없이 그곳을 다니는 걸까? 알면서도 안해주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다고 남편은 아내보기를 돌같이 하고 아이들은 엄마에게 머리 커졌다고 대들기나 하고 친구들은 만나면 자랑만 해서 열통 터지고 형제들은 제각기 살기 바쁘다. 이것이 현실이다. 누가 있어 위로를 해주겠는가. 이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호스테스 클럽을 찾는 이유도 이와 같은 면도 있을 것이다. 풍요속 빈곤이라는 말이 딱 맞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다시 한번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미스터리적 요소는 전작보다 덜하지만 따뜻함은 그보다 더 담겨 있다. 호스트처럼 느껴지는 캐릭터는 유야 한명뿐이라 더욱 눈에 뜨이는데 그의 경력은 언제쯤 알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외 클럽 인디고 호스트들은 호스트같지 않음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의 독특함이지만 이런 이들이 있는 곳이기에 나도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호스트들끼리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 앙숙같아 보이지만 아키라와 시오야의 끈끈함, 시오야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마지막에 자포자기한 요시다 요시오를 위하는 모두의 마음은 그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함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들의 밤은 우리의 낮보다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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