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3E 쓰리 Medusa Collection 9
테드 데커 지음, 김효설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생각해본다. 누군가 내게 전화를 걸어 3분동안 네가 지은 죄를 고백하라고 말을 한다면 나는 과연 내가 지은 그 많은 죄 중에 어떤 죄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40년 넘게 살면서 죄를 짓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죄다. 어떻게 사람이 살면서 죄를 짓지 않고 살겠는가. 하지만 평범하고 보통 사람인 대다수 사람들은 죄를 죄로 인식하지 않고 살고 있다. 자잘한 거짓말, 험담, 비방, 저주, 약간의 싸움, 환경 파괴 등 여러 가지를 저지르지만 법에 저촉되는 죄가 아니라면 용인되고 묵인되는 죄, 즉 죄 아닌 죄라고 생각한다. 죄라면 죄지만 또 아니라면 아닌 애매모호한 죄들, 그런 죄들 가운데 어떤 죄를 고백할 것인지 그것은 참 난감한 문제다. 케빈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인간의 본성, 선과 악, 인간이 가진 악을 어디까지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갖고 논문을 준비중인 신학대생인 스물 여덟살의 케빈 파슨이라는 남자가 있다. 너무도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그의 지도 교수는 생각한다. 그러는 어느 날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3분 안에 죄를 고백하지 않으면 차량을 폭파하겠다는 전화다. 거기에 모른 남자가 낸 수수께끼도 함께 풀어야 한다. 3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그가 타고 있던 차가 폭발한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고 케빈은 어떤 죄를 지은 것일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모든 수사관들이 그를 협박하는 일명 수수께끼 살인자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고 케빈의 친구이자 CBI 수사관이 된 사만사도 그를 위해 달려와준다. 

3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며 3의 배수로 시간을 주며 수수께끼를 내고 강도를 더해 케빈을 괴롭히며 게임을 살벌하게 몰아가는 슬레이터와 마침내 자신이 저지른 어린 시절의 끔찍한 죄를 방송으로 고백하지만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어 절망하는 케빈, 모든 관계자들 내부에 범인과 공모한 자가 있다고 생각하며 혼자 수사를 하는 사만사, 케빈의 어린 시절을 알게 되면서 더욱 수사관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되어 고민하는 제니퍼의 모습은 케빈의 신학교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의 내면 속에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들의 심리 변화와 묘사를 작가는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희생자 케빈의 관점에서 보여지다가 케빈을 보호하려는 어린 시절 친구 사만사의 관점으로 옮겨가고, 다시 범인인 슬레이터란 자의 어두운 모습을 슬쩍슬쩍 보여주는 가운데 수수께끼 살인자에게 오빠를 잃은 FBI 수사관 제니퍼의 활동까지 넘나들며 다양한 각도에서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사건을 빠른 전개와 긴장감있게 유지하는 구성,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케빈의 어린 시절의 회상과 케빈이 자란 환경에 대한 것이다.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과연 선과 악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작품은 기독교 스릴러라는 장르라고 말을 하지만 서양 작품치고 바탕에 기독교적인 것이 깔리지 않은 작품이 없으니 새삼스럽게 이리 장르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선과 악이라는 주제는 인간의 보편적 주제이니 종교를 떠나 인간이 죽을 때까지 끌어 안고 가야 할 짐이다. 인간은 그 어느 하나만 가지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선과 악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 선과 악 또한 그 자체로 모호하다. 어떤 선이 진정한 선이고 어떤 악이 진정한 악인지 인간은 모른다.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악의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인간이 인위적인 악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신이 존재하는 것은 나약한 인간에게 악에 대항할 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하고도 말하고 있다. 신과 선과 악, 또는 선과 악, 그 사이에 인간이 있어서 THREE 즉 셋이라는 것일까. THREE라는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게 다 읽은 뒤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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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4-28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분 안에 내가 지은 죄를 말하라면..너무 많아 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될지도. 저도 보관함에만 담아놓고 있는 책인데 재미있어 보이네요.^^

물만두 2009-04-28 14:27   좋아요 0 | URL
기대하지 않고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약간 뻔한 면도 없지 않아 있거든요. 하지만 그건 스포될까 말씀 못드리고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영화보다는 책이 더 낫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