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매지컬 -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 Faust Novel 헛소리꾼 시리즈 5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모든 것은 필연에 의한 것이고 운명이 정해 놓은 이야기속에서 이미 결정되어진 것일 뿐이라고 한마디로 헛소리, 개똥철학을 읊어대는 작품이다. 하지만 개똥철학도 철학이라 마음에 새겨지는 말이 있고 헛소리도 소리인지라 귀에서 남아 맴돌기도 한다. 뭐, 현실이 이보다 더 지독한데 허구속에서 좀 독하게 군들 해가 되는 건 아니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헛소리꾼 이짱 시리즈를 추리소설로 읽었는데 미스터리는 적고 헛소리와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사투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신 청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하는데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주느라 작가가 수고한다는 느낌이 든다. 다 헛소리지만. 

헛소리꾼 이짱이 또 이상한 사람과 만난다. 코토대학 인류생물학과 키가미네 야쿠 조교수라는데 이 인물 참 독특하다. 만나자마자 자기와 이짱은 만날 운명이었다느니 자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느니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권한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미이코씨를 위해 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물론 그 교수가 연구하는 죽지 않는 연구라는 게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더욱 놀라운 운명은 카스가이 카스가가 주워왔다는 구속복을 입고 망토를 두른 채 자고 있는 소녀 니오우노미야 리즈무와의 만남이었다. 니오우노미야 일족인 이들은 살육남매였다. 이중인격이라는 것과 구속복을 입은 것이 오빠 이즈무때문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지만. 여기에 토모를 찾아갔다가 만난 여우가면 남자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헛소리와 헛짓들이 오고간다.  

어쨌든 모니터 요원 시험을 보기 위해 카스가이 카스가와 유카리키 이치히메와 같이 키가미네 야쿠의 연구실이라는 산 속 외딴 병원같은 곳에 가는데 리즈무가 모니터 요원 시험을 보러 와 있었다. 게다가 정말 자신이 죽지 않는 존재라는 마도카 쿠치하를 만나고 카스가이 카스가는 갑자기 위험한 곳이라며 혼자 돌아간다. 그 뒤 정말 그들은 위험에 빠진다. 자동차가 모두 바퀴가 찢어지는 바람에 그곳에서 머물게 되는데 다음날 이짱이 일어나보니 그만 빼고 모두 살해당한 것 아닌가. 여기서 죽지 않는 연구에 대한 호기심은 날라가고 이짱은 토모에게 구조를 요청해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왜 그런 일을 벌인 걸까? 이짱은 히메를 보디가드로 데려온 것을 후회하지만 그것도 운명이려나.  

시리즈로는 다섯 번째 작품이다. 처음에 읽을 때는 토모와의 관계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는데, 또 이짱의 사연도 궁금하고 말이다. 아이가 너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듯이 살고 있으니 그 속 사정이 궁금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이야기보다 좀 더 잔인해지는 살인과 점점 심해지는 헛소리가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를 방해하고 있다. 아니 원래 작가는 이런 것을 보여주려던 것이었는데 내가 착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작가가 표방하고 있는 신 청춘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이렇게 나름 정의해봤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한 미스터리를 소재로 삼고 개성 강한 만화적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인물들만으로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을 보면 5명이 잠 든 사이 4명이 살해당하고 1명만이 살아 남았다. 하지만 그 1명은 범인이 아니다. 그는 헛소리꾼 이짱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자 피바다에 뛰어들고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 트러블메이커같은 존재이기는 하지만 범인은 아니다. 그가 가는 곳에서는 언제나 사건이 일어나고 그는 사건에 자의든 타의든간에 뛰어들게 되는 타입이지만 탐정은 아니다. 탐정이나 해결사로서의 능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이 클로즈드 서클같은 외딴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누가 범인일까. 또한 범인은 어떤 트릭을 사용해서 이짱을 속인 것이고 이짱은 그것을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가 미스터리적 요소다.
 
만화적 요소로는 각각의 등장 인물이 지니는 캐릭터의 강함을 들 수 있다. 헛소리꾼 잇짱은 그 허무와 염세적인 모습이 오히려 강한 개성으로 느껴지고 여기에서는 인간다움을 버린 것 같던 기존의 모습과 죽음을 바라는 것 같지만 결코 죽어지지 않던 모습에서 벗어나 죽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처음 등장 인물이자 실제적인 주인공인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를 보면 표면적 인물인 동생 리즈무는 카니발이라 불리며 오빠 맨이터 이즈무의 존재를 가려주는 역할을 하고 남매의 내면이자 실질적인 조종자인 이즈무는 살인 기계로 만들어진 집단의 일원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짱이 사는 집의 인물들도 모두 개성이 강한 평범한 인물들은 아니다. 이짱이 좋아하는 미이코씨조차 검술의 달인이까. 이런 인물들이 배치되어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로 보는 만화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어떤 성격의 작품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인 것이다.
 
다음 작품이 이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여우 가면을 쓴 사이토씨한테 적수로 찍힌 이짱은 과연 그 작품에서 인류 최강의 살인청부업자 준씨의 아버지인 사이토씨와 대결을 벌이는 걸까? 토모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토모가 이미 자신을 떠나면 세상을 말살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짱의 선택은, 아니 선택의 여지가 지금까지 없었으니 여전히 휩쓸려 들어갈까? 아니면 이번만큼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살려는 모습을 보여줄까? 만약 아버지와 이짱이 겨루게 된다면 준씨는 누구 편에 설까? 그 모든 것이 궁금하게 만드는 대단원의 마지막 작품의 마무리를 빨리 보고 싶다. 역시 엔터테인먼트 소설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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