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들은 조용하고 얌전한, 자기만의 고요속에 사는 사람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그런 학생들을 왕따시키고 회사에서는 모욕을 주거나 화풀이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그들은 마치 희생양은 늘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듯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무에게도 위해를 가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을 화나게 한다. 작품은 이런 평범한 사람을 괴롭히는 불특정 범죄자와 평범한 남자가 죽음의 레이스를 펼치게 만들고 있다. 

여기 조용한 바텐더의 삶을 살아가는 빌리라는 인물이 있다. 한때 글을 썼고 소설가가 되고자 했지만 약혼자가 갑작스런 혼수상태에 빠지자 그녀를 간호하며 하루하루를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한장의 쪽지가 차에서 발견된다. 경찰에 이 쪽지를 알리지 않으면 금발의 젊은 여교사가 살해될 것이고 경찰에 알린다면 할머니를 살해하겠다. 선택은 너의 몫이라는 쪽지다. 빌리는 장난일거라 생각하지만 열네살때부터 같이 살았던 형과 같은 존재인 보안관 대리 래니에게 의논하지만 그도 장난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두번째 쪽지가 오고 래니가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자 빌리는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 범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딘 쿤츠의 작품답지 않게 조용조용 사건이 일어나고 빌리의 시간처럼 속도를 느끼지 못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은 지구가 도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을 뿐 빌리는 시간과의 싸움중이다. 이런 사건의 내용을 접할 때마다 나는 늘 의문에 갖곤 한다. 왜 이들은 언제나 혼자 싸워야 하는 걸까? 이들 주변에는 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걸까? 가족은? 형제는? 물론 빌리에게는 사연이 있고 상처가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은 내 생각일 뿐이고. 누군가 내 목을 차츰 조여온다. 그리고 나는 지켜야 할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임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가 아닌 누구나 같은 입장이라는 것이 작가의 현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범인을 찾는 과정보다 빌리의 변해가는 내면을 더욱 조명하고 있는 작품이다. 선택할 수 없는 것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현대인들. 늘 범죄에 노출되어 있고 왜 자신이 표적이 되는 지도 모른 채 당하게 되는 늘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죄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작가는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게 하고 있다. 정말 누구도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일들은 허구속에서 봉인되기를.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내 영혼에게 희망을 품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라고 말했다. 희망은 허황된 것에 대한 희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희망과 사랑, 신뢰는 모두 다 기다리는 것이다. 힘은 삶의 진실이 아니다. 힘을 사랑하는 것은 곧 죽음을 사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 말은 평소 내가 늘 품고 있는 것과 같아서 놀랐다. 나 또한 이런 마음이다. 바바라에 대한 빌리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그 깊이를 알 수 있는 말이 마지막에 나온다. 

'일어날 일은 언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더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기적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시간은 영원히 끝이 없는 법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빌리의 바바라에 대한 사랑이다. 의사는 계속 이제 그만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포기하라고 하지만 빌리는 바바라가 디킨스 속에서의 삶을 영원히 살더라도 그 곁을 지키기로 한다. 바바라가 어떤 것을 원했을 지 알 수 없지만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가 깨어나기를 바라며 십년동안 발가락을 깨물었다는 중국의 남편 이야기도 있지 않던가. 사랑이란, 믿음이란 이런 것이리라. 딘 쿤츠가 말하고자 한 바바라에 대한 빌리의 사랑은 아름답고 평온하여 지켜주고 싶었다.  

<평범한 남자 3부작>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남편>과 이 작품과 또 한 작품 <굿 가이>로 이루어진 3부작인데 모두 평범한 남자에게 악몽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런 소시민들의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힘든 투쟁을 담고 있다. 평범한 남자들이 살아가기 힘든 요즘이다. 남자들 힘내라고 해주고 싶다. 사랑을 위해 싸우는 당신이 진정한 영웅임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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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ry 2009-03-12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편은 별로 였는데 (재미없단 말은 아니고, 헐리우드 영화를 하도 봐서인지 줄거리 감이 딱 오더란 이야기) 벨로시티는 님의 리뷰를 보고 있노라니 무척 당기네요.
리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9-03-12 10:12   좋아요 1 | URL
딘 쿤츠 스타일이 그렇지 않나요? 오컬트가 없으면 헐리우스식 스릴러.
하지만 이 작품은 남편보다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