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크 스톤 - 비잔티움 제국의 마지막 보물
제이슨 굿윈 지음, 박종윤 옮김 / 비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이 변하는 거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는 세상은 변하지 않고 다만 사람이 변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변하고 변하지 않던 인간에게 좋은 것은 변하고 나쁜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19세기 터키의 이스탄불은 그런 의미에서 변하고 있는 곳이다. 역사의 흥망성쇄의 단계 중 쇄락의 단계에 접어들어 부귀와 영화는 점점 희미해지고 그리스마저 잃었다. 술탄은 병으로 임종이 임박해져 있고 왕궁은 이미 프랑크식을 받아들여 술탄은 침대에 누워 있고 여자들은 드레스를 입고 다닌다. 그리고 그리스인이든, 유대인이든, 아르마니아인이든, 터키인이든 모든 복식을 통일하고자 한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심은 여전히 터번을 하고 망토를 두르고 다닌다. 그의 지구상의 지도에서 사라진 폴란드 대사 친구는 폴란드가 있던 시절의 복장을 고집하고 있다. 늙은 그리스인은 그리스인 복장을, 유대인은 유대인 상징을, 모든 민족이 모여 살지만 각기 구역을 정해 서로 침범하지 않으려는 도시가 변하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이스탄불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갑자기 사람이 공격을 당한다. 야심의 단골 야채가게 주인 조지다. 그리고 야심의 단골 책방 주인이 살해당한다. 친구인 폴란드 대사에게서 프랑스인 고고학자를 소개받고 저녁을 함께 먹는다. 부유한 은행가 집안 안주인에게 의뢰인지 아닌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듣는데 그녀의 아들은 뒤가 캥기는지 야심을 물고 늘어진다. 우연히 만난 프랑스인 고고학자가 도움을 청하길래 도와줬더니 갑자기 살해된 채 발견되고 용의자는 야심이 될 처지에 놓인다. 그런 가운데 대사의 가정부에게 의뢰를 받고 배관공 실종 사건을 조사한다. 여기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가 또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꼭 야심을 따라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면 이들이 살해당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 제목을 보고 또 보물찾기 모험 소설로 빠지는 줄 알고 미리 실망했었다. 읽다보니 그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어찌보면 참 심심하고 밍밍한 작품이다. 딱히 잘 해결됐다고 하기도 뭐하고 애매모호함만 남길 뿐이니까. 하지만 그것이 바로 작가가 의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작품들은 많다. 우리는 그 작품들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지만 결국 인간의 지독한 피냄새만을 맡게 된다. 이 작품의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피 냄새보다는 사람 냄새, 사라져가는 역사의 냄새,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의 냄새,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준다. 야심을 따라 이스탄불을 가다보면 다양한 냄새를 맡게 된다. 음식 냄새, 거리의 오물 냄새, 부자 냄새, 가난한 사람의 냄새, 건물 냄새, 물 냄새, 바다 냄새... 그래서 이 작품을 읽을 때면 그 미스터리한 냄새를 맡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다.

야심은 동양적인, 서양에서는 동양이라고 하고 동양에서는 서양이라고 하는 지리적 특성을 가진 나라 터키의 탐정이다. 그 탐정의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작가는 애를 쓰고 있다. 그는 보통의 탐정이 아닌 터키의 아슬아슬한 옛 기억 속에 사는 탐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작품을 때론 정적으로, 때론 동적으로 만들어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게 바로 19세기 이스탄불이 놓인 현실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19세기 이스탄불, 서양도 동양도 아닌 이슬람 국가에 사는 보통 사람들은 야심과 같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추리소설보다는 역사소설로 읽는 것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시간의 냄새에 취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참, 바이런 경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동생이 터키와 그리스를 여행하고 와서 사진을 보여줬었는데 유적지가 비슷해서 놀랐었다. 세계사를 까먹은지 오래되서 그리스와 터키의 관계를 잘 몰랐기도 했지만 작품 속 작가의 생각이 사실이라면 서양인의 그리스인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환상은 무서운 것이다. 자기만의 신화를 간직하는 것도 때론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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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9 15: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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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9 15: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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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0 0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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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0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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