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미소 블랙 캣(Black Cat) 2
프리드리히 아니 지음, 염정용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독일 뮌헨 지방 경찰청 형사 11반 실종자 수색팀이 주인공인 일종의 경찰 추리 소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살인을 다루는 것에 비해 실종자 수색팀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서의 책임자는 카를 푼켈, 팀장은 폴커 톤, 팀원으로는 주인공인 타보 쥐덴 이외에 파울 베버 경감, 쥐덴의 단짝인 마르틴 호이어, 쥐덴이 사귀는 소냐 파이어아벤트, 프라야 에프다. 주로 타보 쥐덴과 마르틴 호이어가 사건을 이끌어 간다. 

가출 경험이 있는 아이가 자라 실종자 전담 형사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타보. 어쩌면 그는 자신의 경험 때문에 이일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아이들이 가출을 하는 이유를 안다. 어른들은 아무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그의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어른에겐 무심한 일이지만. 그래서 그가 특히 심혈을 기울여 찾으려는 대상은 아이들이다.

한 아이의 실종 신고를 하는 어머니의 태도가 이상하다. 어머니는 실종인지 가출인지 애매모호한 이야기만 하고 아버지란 사람은 아이의 실종보다 직업을 구하는 것이 더 급하다. 아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부모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생각되지만 경찰이고 신고를 받은 이상 조사를 한다. 하지만 소년은 이모집에 숨어 있다가 옆집 여자아이와 가출을 한다. 두 아이가 실종된다. 결국 사건은 집안의 갈등이 만든 해프닝으로 끝나지만 과연 이 작품을 그렇게 가볍게 넘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 작품은 그리 심각한 이야기는 없다. 실종도 잠깐일 뿐이고 살인이나, 성폭행 같은 잔인한 것은 없다. 하지만 가족 안에서 아이들이 왜 가출을 하는 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든다. 비록 그것이 잠깐뿐일지라도 말이다. 그것은 어른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를 집에서 내쫓는 원이 된다고는 어떤 부모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세상은 점점 더 험해지고 있다. 가정이 아이들의 안식처가 될 수 없다면 그보다 더 위험한 세상에 나가 그들이 어떻게 될지. 이제 가정으로 좀 더 눈을 돌릴 때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가출이, 결국 가출이었지만, 별거 아니라 치부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취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태어나 자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린다. 왜 그런 일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에게 그 안에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보편적 생각은 그렇다. 그런데 이 가운데 가장 잘 보살필 존재가 무엇인가. 그것은 아이들이다. 부모가 보살피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아이들. 부모도 돌보지 않는 아이를 누가 돌보겠는가. 생각해 보라. 이런 생각을 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정답이 나온다. 바람이 거저 미소를 짓는 것은 아니다. 미소를 받을 사람에게만 짓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다. 자신의 아이도 돌보지 못하는 인생을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가 더 많게 되는 작품이다. 여백이 많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동양화처럼. 이 작품을 읽는 어른인 독자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자식이 있다면 자식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했으면 한다. 무심하지 않은, 자기 중심적이 아닌 그런 마음의 눈으로 아이들을 한번 더 봐줬으면 싶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니까. 이 작품은 가벼운 이야기 속에 이런 바람이 던지는 미소를 전하고 있다.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타보 쥐덴 형사 시리즈가 있다고 하니 계속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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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ca 2004-04-28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챈들러를 본뜻 듯한 묘한 모습이었죠. 한 권으로는 좀 부족한 듯.

물만두 2004-04-28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카님도 저랑 같은 생각이시군요. 그럼, 이 책 시리즈 출판에 좀 힘을 기울여 주실 수는 없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