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
기리노 나츠오 지음 / 다리미디어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기리노 나츠오가 에드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이 작품으로. 그래서 부랴부랴 서평을 쓴다. 역시 대단한 작가다. 기리노 나츠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에 적어도 세 편은 소개되었다. 1993년 에도가와 람포상 수상 작품인 <얼굴에 흩날리는 비>, 1999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 작품은 <부드러운 볼>과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1997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네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다. 삶에 찌든 여자들이 도시락 공장에서 야간에 일을 한다. 서로 다른 네 여자가 어느 날 한 여자의 남편 살해로 인해 모의를 하게 된다. 남편의 시체를 은폐하기로. 그 일의 중심에는 마사코가 있다. 그녀는 강인한 여자다. 언제나 기리노 나츠오는 여성들의 정체성 찾기를 작품에 중점을 둔다. 이 일로 시체 해부 사업까지 벌이는 여자들. 오로지 돈으로 뭉친 여자들. 하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삶, 지금까지의 평화로웠던 카멜레온같은 삶을 한 순간에 빼앗긴 남자가 복수를 위해 다가온다.

등장 인물 모두가 조금씩 삶에서 비켜나 있는 인물들이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야만 하는 이들. 그들은 언제나 도움을 청하는 손을 내밀기는 하지만 누군가를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절. 이것이 이들을 삶의 밖으로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너머의 무언가를 찾게 만들기도 하고, 체념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자신의 조국에 돌아와 냉대만 받는 브라질에서 온 반 쪽 짜리 동포처럼. 하지만 작가는 이대로 주저앉게 만들지 않는다. 다시 길을 떠나게 하고야 만다. 무엇을 찾아야 할 지 모르지만 고인 물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는 듯 보인다. 한번쯤은 당신도 자유롭게 날아 보라고 말하는 듯 한 작품이다.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말이다. 

작가의 작품은 모두 특색이 있지만 추리 소설적 면에서는 <얼굴에 흩날리는 비>가 가장 좋았다. 작품의 깊이는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가 더 있고 이 작품은 두 작품 중간에서 추리 소설적 측면과 문학적 깊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쉬운 것이라면 두 권으로 출판해도 될 작품을 애써 세 권으로 나눠 귀찮게 한 출판사의 이기심 정도랄까. 이 기회에 기리노 나츠오의 작품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한다. 에드거상이라도 거머쥐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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