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반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 주의 요망 : 이 책을 읽기 전에 코넌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를 읽지 않은 독자라면 먼저 <바스커빌가의 개>를 읽고 이 책을 읽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범인, 트릭, 증거가 모두 이 책에 자세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작품 가운데 이은이 쓴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라는 작품이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개의 죽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자폐아의 관점에서 쓰인 자전적 소설 같은 작품이라면 이은의 작품은 어른들의 사회적 문제점을 다룬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거창한 사건이 있는 추리 소설 같지만 이 작품은 전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예전에 읽었던 마르흐리트 더 모르의 <쥐색 흰색 푸른색>에서와 같이 자폐아 소년이 등장한다. 이들이 등장하는 작품을 읽게 되면 과연 누가 정상이고, 과연 누가 세상을 더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은 한 자폐아 소년의 성장 소설이고 그가 쓴 소설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안겨 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p26을 보면 크리스토퍼가 인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된다. '나는 소수가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소수들은 매우 논리적이지만, 당신이 한평생 생각하더라도 소수가 만들어지는 규칙은 결코 알아낼 수 없다.' p32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그저 내 이름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의미하기만 바랄 뿐이다.'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려 하며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고 때론 귀찮아 하지만 그들 또한 우리를 그런 눈으로 바라본다. 그들 눈에 하찮은 것에 욕심을 부리고 눈길 한번에 싸움을 하고 자식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면서 자신은 더 큰 거짓말을 하는 아버지와 자식을 버린 어머니는 어떻게 비칠까...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것을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지는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뿐이다. 그리고 더 논리적이다. 인간은 크리스토퍼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테두리를 애써 두르려 하지 않고, 그냥 보이는 그대로... 어차피 인간은 우연의 산물일 따름이니까...

이 작품은 어른들은 꼭 한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자기 개발이라든가, 성공에 대한 책들도 좋지만 그런 책보다 백 배는 더 가치 있는 책이 이 책이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혼자만의 성공과 부의 성취가 아닌 행복의 나눔과 배려, 그리고 욕심의 조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이 우연의 산물일 지라도 무가치한 인간이 아니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작게 소곤거리는 작품이다.

추리 소설을 읽으려다 이렇게 뜻밖의 좋은 작품을 읽게 되는 것, 이것도 내겐 추리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다.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