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밤은 깊어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6
노엘 칼레프 지음, 김두남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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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엘 칼레프의 작품은 인생의 해프닝, 무상함, 희극적 비애를 그리고 있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에서도 인간에게 벌어지는 비극을 희극적으로, 한낱 해프닝으로 다루어 더욱 비극적으로 보여지게 만들고 있다. 노엘 칼리프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아주 프랑스적인 유머를 추리 소설에 절묘하게 배합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작품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에서 보여지는 아이러니와 유머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축구공을 이용해 마약을 운반하던 운반책이 마약 조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대편이 시키는 일을 하기로 한다. 조건은 자유. 그는 자신의 인생의 자유, 사랑의 자유를 위해 폭탄이 든 축구공을 운반하게 되는데 어이없게도 길에서 놀던 아이와 축구공이 뒤바뀌고 만다. 이를 안 조직은 그를 제거하려 하지만 그는 마지막에 아이와 폭발물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경찰은 이제 하룻밤 안에 폭발물을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를 찾아야 한다.

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간단한 파리의 좌충우돌 속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벗어나려 하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죽고 만 마약 운반책과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폭발물을 찾다 어이없게 죽게 되는 한 경찰. 그리고 혼자 남은 여자와 가정으로 돌아간 남자를 떠나 보낸 여자. 파리는 깊은 하룻밤 동안 하루살이 같은 우리들 인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파리의 밤은 깊어 가는데 난데없이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 마약 운반책이 죽어 가면 남긴 말. 어린아이가 폭탄을 가지고 있다. 파리의 밤은 발칵 뒤집혀지고 경찰은 아이를 찾아 나선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하지만 차츰 단서는 모여지지만 그 밤 사람들은 서로의 볼일에 바쁘고 일어날 자잘한 사건은 여지없이 일어난다.  

재미있는 작품이다. 럭비공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말이 축구공에 해당된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야 드러나는 아이러니. 그 공은 과연 어디에. 재미있는 작가다. 노엘 칼레프는. 우스꽝스러운 듯 보여지지만 재미있는 읽을 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가다. 그에게 인생이란 이런 아이러니의 반복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마치 누군가에 의해 조정되는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인생. 우리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거라고 그는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

단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또 다른 작품인 윌리엄 아이리시의 <새벽의 추적>이 생각났다. 하룻밤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지. 사람이 죽을 수도, 사랑이 돌아올 수도,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 재미보다는 우수 어린, 그러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 프랑스 영화를 한편을 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누군가는 이게 무슨 가당치 않은 소동이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미있다. 요즘 폭력이 난무한 작품과 비교하면 너무도 신선하고 천진스런 작품이다. 물론 이런 테러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씁쓸하겠지만. 크레이그 라이스의 <스위트 홈 살인 사건>이나 샬롯 암스트롱의 <독약 한 방울>같은 추리 소설이 아닌 재미있는 동화를 읽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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