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신부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8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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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의 로맨틱한 면이나 드라마틱한 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도 좋아할 만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페리 메이슨 시리즈. 재미있는 시리즈다. 변호사 이야기를 쓰는 존 그리샴의 작품보다 훨 낫다. 하지만 독자들은 별로인 모양이다. 그리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으로 원제목은 <The Case of the Curious Bride>로 1934년 출판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에 속한다고 하지만 읽어본 결과 차라리 <말더듬이 주교>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남편의 실종을 병사로 처리하고 재혼한 여자가 어느 날 전남편이 나타나 중혼죄를 저지를 위기에 처하자 페리 메이슨을 찾아오고 공교롭게도 그녀의 전남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자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페리 메이슨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이야기다. 페리 메이슨을 찾아온 한 기묘한 여인.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친구 이야기인 냥 꺼내지만 거짓말을 싫어하는 페리 메이슨은 상담을 거절하고 여자는 당황해서 가방을 두고 도망가듯 나가 버린다. 하지만 뒤늦게 여자의 곤경을 안 페리 메이슨은 사건에 뛰어들어 결국은 여자를 구한다. 

페리 메이슨은 환상 속의 변호사다. 그는 어려운 사람, 곤경에 처한 사람만을 변호하고 승소하기 어려운 사건만을 맡아 승소한다. 이런 변호사는 누구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델이다. 그러므로 현실 속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변호사다. 변호사란 의뢰인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다. 변호사가 사건을 조사하고 범인을 찾는 것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이지 사회의 정의 구현을 위해서가 아니다.  

페리 메이슨도 그런 입장에서 싸우지만 그의 의뢰인은 언제나 피해자일 뿐 진정한 가해자는 아니다. 함정에 빠지고 모함에 빠지고 누군가가 교묘하게 설치한 덫에 빠진 가련하고 힘없는 이들, 대부분 여자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또한 의뢰인이 의뢰를 철회한다 해도 의뢰인을 보호하려 한다. 의뢰인이 자신을 배신해도 의뢰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도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안 어울리는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소 허황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해도.

변호사 페리 메이슨, 그의 직관력이 뛰어난 비서, 아래층의 사립 탐정이 한 조를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이 시리즈는 언제나 마지막 장면이 다음 작품을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의뢰인이 들어오는 영화 같은, 아니 텔레비전 시리즈 예고편처럼. 그래서 시리즈 전체가 문고판이라도 좋으니 나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참 드문드문 나오고, 그래도 동서가 제법 출판해 주어 감지덕지 하고 있다. 좀 더 출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이 작품, 이 시리즈의 매력에 빠졌으면 하는 바람도 아울러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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