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챈, 커튼 뒤의 비밀 세계추리베스트 19
얼 데어 비거스 지음, 김문유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찰리 챈이 등장하는 세 번째 작품으로 원제목은 <Behind That Curtain>으로 1928년 작품이다. 평론가 정태원은 작가 최고의 찰리 챈이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여섯 작품을 모두 읽어본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작품 가운데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든다. 

영국의 은퇴한 경감이 샌프란시스코에 나타난다. 그리고 신문사 기자는 그와 찰리 챈의 대담을 신문에 실으려 그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찰리 챈은 하와이로 돌아가는데 세 주일이 지체된다. 그 경감이 쫓던 십 몇 년이 지난 한 여자의 실종 사건으로 인해 경감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감이 자신이 놓은 덫으로 인해. 그래서 찰리 챈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과연 과거라는 커튼 뒤에 있는 비밀는 무엇일까. 그 비밀이 폭로되면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왜냐하면 그가 범인이기 때문이다. 마치 포아로가 등장하는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을 보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마지막에 찰리 챈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사건의 해결 경위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번역된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점점 찰리 챈의 매력이 드러나는 것 같다.  

예전에 한 여인이 인도의 변방에서 실종된다. 그 여인 이브 듀란트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생사를 알 수 없지만 한 초로의 영국 경찰이 그녀를 은퇴 후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그는 결정적 단서를 찾았다고 하던 순간 살해된다. 그 자리에는 예전 이브 듀란트를 알던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인가. 노 경찰의 입을 막은 자는. 우연히 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찰리 챈은 열 한번째로 태어난 아들과의 만남을 잠시 미루고 이 사건을 조사한다. 조사하면서 한 여자의 실종은 세 여자의 살종 사건으로 늘어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럽게 된다. 과연 이 작품에서 그렇게 찾아 헤맨 ‘이브 듀런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 커튼 뒤에 가리워진 비밀은? 전대미문의 중국 탐정의 매력에 한번 흠뻑 빠지게 되실 것이다. 한 개인이 친 커튼 뒤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인가.

이 작품은 두 번째 작품인 <중국 앵무새>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가려다 사건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작품에서 찰리 챈의 사촌 이름을 챈 키림으로 바꿔 번역한 것과 조잡했던 삽화와 그림이 없어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옥의 티가 눈에 띈다. 찰리 챈이 경극을 구경하는 장면에서의 표현. 이것은 아마도 작가의 중국에 대한 서양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무지가 그대로 들어 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얼마에도 이런 얼토당토않은 영화도 있었으니까. 토니 륭 주연의. 경극은 남자만 배우로 출현할 수 있는 중국 고유의 연극이다. 그러니 남자 배우, 여자 배우가 아닌 남자 역을 맡은 배우, 여자 역을 맡은 배우라고 쓰였어야 한다. 그걸 중국인인 찰리 챈이 몰랐을 리는 없으니 작가의 무지이리라. 아니면 또 번역의 미흡은 아닐 테지. 

지금까지 읽어본 찰리 챈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다. 마치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가 등장하는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비밀의 여인의 등장. 집념의 경찰. 그리고 그 경찰의 죽음이 찰리 챈의 앞에서 일어나 찰리 챈이 수사를 하게 되는 멋진 작품이다. 지금까지 세 작품의 찰리 챈이 등장하는 얼 데어 비거스의 작품이 출판되었다. 첫 번째 작품 <열쇠 없는 집>, 두 번째 작품인 <중국 앵무새>, 그리고 이 작품. 작가가 간혹 중국인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을 빼면 그 당시 동양인에 대해 전략적이었는지는 몰라도 꽤 우호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찰리 챈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멋지게 포장을 하니 말이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포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놓치면 후회할 만한 작품이다.

작품 자체만 보면 좋은 작품이다. 짜임새도 있고 흡입력도 다른 두 편보다 뛰어나고. 그래도 작가가 약게 중국 탐정이라는 특이함으로 입신양명하려 했던 것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제발 6편밖에 안 되는 작품이나 다섯 편으로 끝내지 말기를 다시 한번 출판사에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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