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비밀 - 미스터리 베스트 6
조르주 심농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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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3편의 조젭 르보르뉴의 활약을 다룬 단편과 메그레 경감이 등장하는 <제 1호 수문>이라는 중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조젭 르보르뉴의 단편을 보자면 이름에서 연상시키는 것처럼 가스통 르루의 조셉 를루타뷰가 자랐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인물이다. 조셉 를루타뷰와 이름도 비슷하고 조셉 를루타뷰가 신문 기자였던 것과 조젭 르보르뉴가 신문에서 사건만을 보며 스크랩한다는 사실이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조젭 르보르뉴가 등장하는 단편들은 홈즈의 방식을 체택하고 있다. 르보르뉴와 그의 친구인 '나'가 등장하고 또 구석의 노인처럼 말만으로, 가끔 행동도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35세 심약하고 신경질적인 한 남자가 신문 스크랩으로 소일거리를 하고 있다. 그의 취미는 범죄 기사 모아 미해결 사건 해결하기. 그의 이름은 조젭 르보르뉴. 그리고 그에게는 홈즈의 친구인 왓슨같은 존재이지만 자칭 라이벌인 '나'가 있다. 이 조젭 르보르뉴가 신문만 보고 해결한 사건이 13개의 단편으로 수록되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빈번하게 여러 책에 소개되고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크로와 루스의 외딴집>과 <3장의 렘브란트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아스토리아 호텔의 폭탄>과 조젭 르보르뉴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황금 담뱃값>을 꼽고 싶다. 전작은 트릭면에서 후작은 호기심면에서. 

실질적인 두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제 1호 수문>은 메그레 경감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둣가 마을에서 한 남자가 등에 칼을 맞고 물에 빠졌다 구사 일생으로 살아났는데 이 남자를 찌른 범인을 잡기 위해 메그레 경감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자신이 한 짓이라는 유서를 쓰고 자살을 하고 뒤 이어 수문지기도 자살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건이 주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의 젊은 날 한때의 과오가 어떤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보여주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표한 수작이다.  

메그레 경감이 등장하는 작품들 <사나이의 목>, <황색의 개>를 보면서 한번도 메그레 경감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어떤 자신만의 스타일을 나타내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고 나니 그게 그 메그레 경감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마치 산책하는 듯 어슬렁거리는 메그레 경감. 사건이 중심이 아닌 마을의 풍경이나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처럼 범인 잡기와 사건은 비켜 있고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만 마지막까지 비춰 주다가 마지막에 메그레 경감은 범인을 잡는다. 독자가 읽거나 말거나 단서를 흘리는 건지 감추는 건지 알 수도 없게 프랑스의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 대해서만,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살이만 줄 창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게 메그레 경감의 매력이고 조르주 심농이라는 작가의 매력이다. 인간에 대해 느끼게 해 주는, 인생살이를 보여주는 것이. 메그레 경감과 그가 다니는 곳의 생생한 묘사가 조르주 심농이 왜 단순한 추리 소설가가 아닌 문학 작가로 추앙받고 있는 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조르주 심농의 작품은 너무 많은 까닭에 전집은 읽기 어려울 듯 하다. 누가 메그레 경감이 등장하는 선집이나 아니면 역자가 언급한 다른 작품이라도 좀 더 출판해 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는 제발 프랑스 원서로 번역해 주시길. 딱 보면 일본에서 출판한 작품 번역한 티가 줄줄 난다. 뭐 동판 출판이라 어쩔 수 없기는 하겠지만. 이거라도 어디냐고 감지덕지 하며 보는 실정이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써 출판해 주시길 출판사에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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