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0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김순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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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도로시 세이어즈의 명 단편이자 1950년 EQMM에서 뽑은 단편 12편 가운데 한편이므로 추리 소설의 단편 가운데에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참고로 그 열 두 편을 보면 토마스 버크의 <오터모올씨의 손>,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 맞은 편지>, 코넌 도일의 <붉은 머리 클럽>,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The Avenging Chance>, 로버트 바의 <건망증 있는 사람들>, 잭 푸트랠의 <13호 독방의 문제>, 체스터튼의 <보이지 않는 남자>, 맬빌 포스트의 <나보테의 포도원>, 앨도우스 헉슬리의 <The Gioconda Smile>, H. C. 베일리의 <The Yellow Slugs>, E. C. 벤틀리의 <The Genuine Tabard>, 그리고 이 작품이다. 영어로 쓴 작품은 아직 번역 작품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 출판되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표제가 된 작가의 가장 유명한 단편인 <의혹>은 이미 읽은 작품이어서 사실 실망했지만 이 작품을 빼놓고 작가의 단편집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우니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약간 설명하자면 원제목이 인데 아마도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제목이 바뀐 듯 하다. 하지만 이 제목만 잘 생각해도 작품을 알 수 있다. 사람을 혼동하게 하는 다섯 가지라는 뜻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가정부를 의혹의 눈으로 감시하게 된다 하지만 결말은 참으로 놀랍다.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꾀꼬리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도로시 세이어즈가 창조한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지만 그가 등장하지 않음을 아쉬워할 필요도 없는 대작이다. 그 다음 작가가 창조한 자칭 셜록 홈즈 이후 가장 뛰어난 탐정인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이 활약하는 단편 7편으로 위로 받기로 했다. 작품의 질보다 피터 윔지의 작품을 단편이나마 <나인 테일러스> 이후에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이 등장하는 작품 가운데 마지막 작품인 <불화의 씨, 작은 마을의 멜로드라마>는 중편에 가까운 분량의 작품이다. 소도시의 특징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단편 가운데는 <거울의 영상>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리 손가락 사나이의 비참한 이야기>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읽고 난 뒤 공포를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유령에 홀린 경찰관>은 사건보다 트릭의 유머러스한 면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하지만 <완전한 알리바이>가 트릭면에서는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도로시 세이어즈의 단편집 하나의 완전한 번역을 바란다.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첫 번째 단편집인 <Lord Peter Views the Body (1928)>와 두 번째 단편집인 <Hangman's Holiday (1933)>, 세 번째 단편집인 <In the Teeth of the Evidence and Other Stories (1939)>, 그리고 <유령에 홀린 경찰관>은 미국의 <하퍼즈 배더>지 1938년 2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여사의 사후 발표된 <Lord Peter (1972)>와 <Striding Folly (1972)>에 수록된 작품을 몇 편씩 짜깁기한 형식의 단편집이다. 참, 동판의 재판이라 뭐라 말할 수도 없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출판할 계획이라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전집처럼 출판해도 좋을 듯 싶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 이외의 비슷한 작가들이 너무 냉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빨리 도로시 세이어즈의 전집도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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