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살인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6
크리스토퍼 부시 지음, 남정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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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에게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과 완벽한 알리바이를 다룬 작품이 초기에 가장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졌다. 말하자면 어떻게 사건이 일어날 수 없는 곳에서 사건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트릴 수 있을까. 이것이 고전 추리 소설에서 많이 다루어진 문제다. 이 작품은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또한 재미를 더하기 위해 예고 살인이라는 형식도 가미했다. 그리고 작가는 독자에게 도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프롤로그를 빌어 단서를 주는 페어플레이를 실천하려 한다. 

밀실 살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지닌 범인, 예고 살인,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를 넘나드는 추적. 이런 재미있는 요소들로 작품은 전개된다. 결말은 범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증거도 없이 도망치게 만드는 것으로 범인을 잡으려 한다. 신문사에 예고 살인 편지가 날아든다. 신문사와 경찰은 긴가민가하지만 일단 주시는 한다. 그리고 범인이 말한 날짜에 한 사람이 자신의 방에서 살해당한다. 밀실 살인이다. 여기서 탐정은 가볍게 트릭을 푼다. 재산을 노린 조카들의 소행이라고 본 탐정과 경찰은 합심해서 알리바이를 조사하기만 네 명의 조카의 알리바이는 철벽같다. 그들은 네 명 중 한 명을 지목하고 집중 수사한다. 그만이 영국이 아닌 프랑스에서의 알리바이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추측과 직관에 의한 지목이고 이후 한 명에게 수사가 집중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완전 살인이다. 경찰이나 탐정이 범인의 짓이라고 내세울 단서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소재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이 조금은 지루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극적인 사건도 없고 어떤 반전도 없고 독특하고 기발한 탐정도 등장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그저 작가가 이끄는 대로 범인의 알리바이를 좇을 뿐이다. 밀실 살인의 트릭은 어이없게 순식간에 풀려 독자에게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다만 지루하게 범인의 철벽 알리바이를 깨트리기 위한 단서 모으기에만 주력한다. 마지막은 너무 허무했다. 읽기 전에는 참 많이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 조금 실망스럽다. 어떻게 반 다인의 작품보다 못할 수가 있는 지.  

이 작품이 어떤 평가도 받지 못하고 어떤 목록에도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작품이 등장한 시기에 이 작품보다 나은 작품이 그렇게 많은데 이렇게 평이하고 색깔없는 작품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드라마적 요소도 부족하고. 그저 또 한 작품의 추리 소설을 읽었음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그렇게 자주 언급되는 르콕 탐정이 등장하는 에밀 가보리오의 작품이 출판되기를 바라게 되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읽고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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