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냥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8
리처드 스타크 지음, 양병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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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리처드 스타크의 악당 파커 시리즈 1편이다. 리처드 스타크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또 다른 필명이다. 아마도 이 작가가 필명을 가장 많이 쓴 작가 가운데 한 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는 이 작가의 작품이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다. 단편집에 단편이 몇 편 실린 것을 제외하면 이 작품과 최근작인 <도끼>가 내가 읽은 작품의 전부다. 레슬리 차터리스가 쓴 우리 나라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번역된 작품인지도 모르는 세인트 시리즈의 한 작품인 1937년 The Ace of Knaves 또는 The Saint in Action라는 단편집에 실렸던 3편의 단편 가운데 한 작품인 <The Beauty Specialist>, 즉 <미녀 전문가>도 읽을 만한 작품이다. 세인트는 오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다.  

악당 파커. 말 그대로 악당이다. 은행을 털거나 도둑질을 해서 먹고사는 남자가 파커다. 하지만 이번에는 복수를 위해 지옥에서 탈출을 했다. 함께 크게 한 탕한 동료들이, 아니 한 명이 그들 배신하고 더구나 그의 아내가 그에게 총을 겨눠 죽이려 했던 것이다. 부랑아로 잡혀 강제 노역을 하다 간수를 죽이고 탈출한 파커는 점점 자신의 복수 대상에게 다가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악당에는 악당이라는 식이다. 악당이긴 하지만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 악당과 악당이면서 동료의 배신도 서슴지 않는 악당. 더 낫고 덜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음지의 이야기로 읽으면 될 것 같다. 재미있다기보다 평소 탐정이나 경찰이 주인공이던 추리 소설에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이한 작품이다. 진짜 하드보일드 작품으로 ‘비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미녀전문가>는 Z맨이라는 이름으로 여배우들을 협박해서 돈을 갈취하는 악당을 잡는 세인트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우연히 파티에 참가했다가 세인트가 한 여배우에게 Z맨으로 오해를 받는다. 세인트 검거를 호시탐탐 노리던 형사 반장은 세인트를 Z맨으로 만들어서라도 체포하려고 하고 세인트는 자신의 명예 회복과 Z맨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를 직접 잡기로 한다. 그에게는 파트너인 여자 탐정 또는 어시스턴트라고 할 만한 동료가 있고 위치가 애매모호한 보디가드같은 약간 어눌한 운전사, 큰 저택을 지키는 집사가 있다. 이 작품이 리더스 걸작 추리 모음 단편집 중 하나인 <영국 탐정들>에도 들어 있는 것으로 봐서 세인트를 탐정으로 봐야 할 듯하지만 그의 마지막 행동은 마치 뤼팽을 연상시키는 바 그의 정체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짐 바르네트의 성격을 지닌 인물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상반된 두 캐릭터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악당과 악당을 잡는 의적이라는 점이 같이 읽는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한 작품은 하드보일드의 전형적 작품이고 한 작품은 본격 추리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비교해서 볼 만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 희소성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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