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3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외딴 시골의 부호의 집에 모인 문인들. 그들은 이 집과 조금씩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부호의 집안 어른인 아버지가 워낙 많은 첩을 두었던 인물이라 그 첩과 달아난 아들의 친구, 친구의 아내와 재혼한 아들, 아들과 이혼한 후 남편 친구이기도 하고 자신의 동료이기도 한 남자와 동거하며 사는 전처, 배다른 여동생과의 사랑을 고민하기도 하고 요상한 의사와 간호사에 요상한 소문과 괴이한 편지, 때 마침 등장한 협박자, 등등 많은 인물들이 모여 한바탕 살인 잔치가 벌어진다. 과연 이 살인들은 여러 사람에 의한 여러 살인 사건이 단지 우연히 한 장소에서 일어난 것뿐일까, 아니면 동일범이 어떤 목적에 의해 하는 연속 살인 사건일까.

인간들의 비뚤어진 행동과 말이 트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참 일본이란 나라는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우리보다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그렇지만 거부감이 느껴지는 우리와는 많이 다른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동료의 동거녀를 돈을 주고 사서 결혼을 하고, 이혼한 전처와 그녀가 동거하는 남자를 함께 초대하고, 친한 친구는 아버지의 애첩과 달아났는데 그들을 초대하고, 또 다른 아버지의 변호사 또한 아버지의 애첩과 결혼하고 뻔뻔스럽게 집에 드나들고, 거기다가 아들은 배다른 여동생과의 금지된 사랑으로 고민을 하고. 초대된 손님들은 난교 수준은 아니더라도 버젓이 상대방이 있는데도 여자를 바꿔 가며 잠을 자고 그러다가 한사람씩 살해를 당하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간 군상들의 적나라한 속내가 드러난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이미 작가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일본인이다. 그렇게 쉽게 속내를 드러낼 리가 없다. 일본인 특유의 겉과 속이 다른 면을 트릭에 교묘히 이용한 작품이다. 마지막에 '아니?'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읽어보시길.

독자가 범인을 못 맞추게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이 작품에서 발견했다. 그것은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인물에게 저마다 주인공을 시켜서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간다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엽기적인 인간 관계와 그 인간 군상들의 엽기적 행동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또 너무 많은 살인으로 독자를 정신없이 만들어 범인을 찾지 못하게 하는 수법을 사용한 작품이다. 결말을 알고 나면 그 단순함에 놀랄 일이지만 속고 난 뒤니 할 말은 없다. 등장 인물의 이름을 유난히 못 외우는 난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대화도 어쩌면 그렇게 많은 지 말하는 인물이 누구이고 누구와 어떤 사이인지 앞의 등장 인물 해설을 보며 읽어야 했다. 등장 인물이 많으니 피해자도 많이 나온다. 하루에 한 명씩 살해당하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살아 있어 말하는 자, 난동 부리는 자, 시선을 분산시키는 자는 충분히 많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인간과 인간, 남과 여의 사이가 견원지간 아니면 성적인 관계만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여러 상황들의 얽히고 설킨 내용들의 전개로 인해 가장 기본적 사항을 잊게 만들고 너무도 쉬운 답을 놓치게 만들었으니 이 작가의 언변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렇다고 별로인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것도 작가의 고도의 노림수일 수도 있으니까... 뒤에 실린 단편 진 슌신의 <얼룩 화필>은 하필이면 며칠전 <에도가와 란보상 수상작가 걸작선>에서 읽었던 작품이라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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