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5
해리 케멜먼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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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마일은 너무 멀다>를 읽고 작가에게 반해서 그의 대표작인 랍비 데이비드 스몰 시리즈를 간절히 읽기 원했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 랍비 데이비드 스몰 시리즈 1편이다. 모두 5편이 나왔는데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요일별로 다섯 편이다. 왜 수요일과 목요일은 없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마도 유대인의 종교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금요일, 랍비 데이비드 스몰은 늦잠을 잤다. 1년 임기가 끝나는 유태인 교회의 위원들이 자신의 연임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나쁜 소식을 전날 전해 들었는지라, 또 기다리던 책을 늦게까지 교회 서재에서 읽은 탓에 예배를 건너뛰고 늦잠을 자 버렸다. 그 때문에 그는 오해를 받고 살인 사건 용의자가 된다. 성직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또 성직자라 조사는 덜 받은 형편이지만 유태인을 싫어하는 프로테스탄트들에게 좋은 표적이 된다. 이에 랍비는 탐정이 되어 자신의 확신을 검증하기에 이르고 드디어 범인을 카톨릭 신자인 경찰 서장에게 알려주기에 이른다.  

제목이 왜 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일까. 왜냐하면 하필이면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피해자의 핸드백이 랍비가 교회에 두고 온 그의 차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전날 랍비는 밤늦게까지 교회 서재에서 책을 읽었고 해서 랍비는 제 1의 용의자가 되었는데 그가 다음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예배에 늦었으니 경찰이나 사람들이 그를 의심할 수밖에. 하지만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젊은 랍비 데이비드 스몰은 그런 사실에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용의자의 무죄를 주장하기도 하고 카톨릭 신자인 경찰 서장과 친분을 다지며 사건에 뛰어든다.  

이 작품의 장점은 추리 소설적 트릭이나 재미에 있는 것이 아니라 1960년대 미국 유태인 사회를 잘 묘사한 점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랍비가 이런 사람이었군 하고 생각했으니. 작가는 추리 소설의 기본 틀어 너무 충실했다. 그래서 초장에 범인을 알아 버려서 내 관심은 작가가 그려내는 유태인 사회와 랍비에게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랍비 데이비드 스몰이 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참 신선하고 랍비에 대한 - 내가 알고 있는 극히 작은 부분이나마 - 생각을 바꿔 버렸다. 또한 랍비 데이비드 스몰은 언제나 작은 분쟁이 일어날 때 탈무드를 뒤적인다. 탈무드는 누구나 종교인이건 비종교인이건, 유태인이건 비유태인이건 한번쯤 읽어본 책일 것이다. 유태인의 지혜가 담긴 삶의 인도서쯤으로 해석하면 좋을 듯 싶다. 그 탈무드가 랍비가 해석하면 분쟁도 조정하게 되고 누군가의 상담에 도움을 주는 조언도 되는 모양이다. 이 책을 읽고 제대로 된 탈무드를 읽고 싶어졌다.

또 한 명의 특이한 직업의 탐정을 만나게 되었다. 간단하고 재미있고 깔끔한 작품이다. 추리적인 면은 조금 약하지만 유태인 사회의 분위기를 나름대로 느낄 수 있고 종교간의 화합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묘미는 추리 소설의 트릭이나 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랍비라는 특이한 탐정이 등장하는 점과 1960년대 유태인 사회와 미국 속에서 여러 인종과 여러 종교가 섞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조금 엿볼 수 있다는 데 매력이 있다. 특히 랍비가 다른 신부나 목사, 승려와는 다른 존재라는 점과 모든 문제의 해결은 그들의 지혜를 담은 탈무드에 있다는 듯한 언급이 재미를 준다. 추리 소설에 선입견이 있거나 무섭다고 생각되는 독자들이 읽기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도 놓치지 말고 봤으면 한다. 작가의 단편집 <9마일은 너무 멀다>를 본 독자라면 당연히 보겠지만. 또한 랍비 시리즈 전권이 출판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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