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아홉 고양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3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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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을 연쇄 살인한 살인자의 등장으로 뉴욕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그 살인자의 닉네임은 '고양이'. 모두 엘러리 퀸에게 한 가닥 기대를 걸지만 단서가 너무 없다. 희생자들에게는 어떤 공통점도 없고 살인자가 남긴 단서라고는 교살할 때 쓴 비단 천뿐. 나이도 제각각, 성별도 남자 2명, 여자 7명, 독신 8명에 유부남 1명, 신분도 부자에서 가난한 이까지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하고 심지어 전신 마비 환자까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남자 희생자에게는 파란 천으로, 여자 희생자에게는 연어 속살 같은 색깔의 실크 천으로 교살 당했다는 점이다.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그리고 엘러리 퀸은 <10일간의 불가사의>에 이어 다시 한번 실패를 맛볼 것인가.  

고양이 목숨은 아홉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나라에 구미호라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있는 것처럼 '고양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살인자가 뉴욕에 나타나 아홉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10일간의 불가사의>에서 톡톡히 실패를 맛본 엘러리 퀸은 사건을 맞지 않으려 하지만 교묘히 던져진 미끼에 낚여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그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어차피 탐정이란 범인이 단서를 남겨 줘야만 힘을 쏟을 수 있는 존재인지라 아홉 번째 살인으로 단서를 잡게 되기까지 엘러리 퀸은 자신의 머리만 쥐어뜯는다.   

연쇄 살인범의 등장은 경찰이나 탐정을 난감하게 한다. 그가 어떤 공통점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한 살인범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무차별적 맹목적으로 보이는 살인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하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나타나듯이 폭동이 일어나 살인 사건보다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도시를 탈출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생기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게 되고 밤거리는 무법 천지가 되기 쉽다. 경찰을 불신하는 시민들은 자체적인 자경단을 조직하려 하고 그것이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발생하게 된다.  

이 작품은 엘러리 퀸의 작품에서 쓰이지 않던 연쇄 살인 사건이 사회에 끼치는 문제를 살인 사건 해결보다 더 표면에 등장시키는 느낌을 준다. 전성기가 지난 작가는 트릭보다 범죄의 내면에 깔린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리소설에서 범죄소설로의 변신의 시도가 아닌가 느껴졌다. 작가가 자신의 네 번째 걸작으로 꼽은 작품이니 만큼 기대도 크고 애정도 많았던 작품인 모양이지만 이 작품에서 엘러리 퀸이 보여주는 모습은 왠지 예전의 모습 같지 않아 보여 약간 낯설었다. 라이츠빌 시리즈의 작품인 <10일간의 불가사의>와 <일곱 번째 살인 사건> 사이에 낀 작품이라 <10일간의 불가사의> 다음에 보면 좋을 듯 싶다. 이 작품 안에 언급도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스물 한 번째 엘러리 퀸의 작품을 보게 되어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다.

엘러리 퀸의 작품치고는 좀 장황하고 지루한 면이 없지 않은 작품이었다. 기대가 컸는데. 이 작품을 보면 엘러리 퀸(작가)은 이미 전성기를 넘어서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 이후 우리 나라에 소개된 작품은 <일곱 번째 살인 사건>, <악의 기원>, <킹은 죽었다>정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트릭이나 기발함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 인간 내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점은 엿보인다. 안타까운 점은 그것이 엘러리 퀸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는 점과 독자가 그런 엘러리 퀸의 모습을 과연 원하는 지 작가가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다. 역시 반 다인의 말처럼 한 작가가 쓸 작품은 열 두 편이 한계란 말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조금 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제 국명 시리즈에서의 트릭이나 비극 시리즈에서의 날카로운 플롯, 심지어 라이츠빌 시리즈에서의 기발함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썼다면 괜찮은 평을 받았겠지만 작가의 명성에는 다소 못 미치는. 하지만 엘러리 퀸은 작가나 탐정 모두 깨달은 바가 있는 모양이다. 범인을 반드시 잡는 다거나 살인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만이 전부가 아님을 언급하고 있다. 그것은 신의 역할이라고.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엘러리 퀸이 지향한 추리 소설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의 마지막 작품, 맨프레드 리가 사망하기 전의 두 사촌이 쓴 마지막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 작품은 어떤 작품일지 또 기대하게 된다. 명성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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