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긴 복도
가와다 야이치로 / 대원사 / 1993년 8월
평점 :
절판



복도가 너무 길다... 외과 수술실과 병실로 옮겨지는 복도의 동선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그런데 이 병원은 신축 과정에서 사정상 이런 점을 무시해 버렸다. 그 하나의 작은 실수가 이제 치명적인 상처를 사람들에게 남기게 된다. 외과 의사가 수술한 환자가 수술실에서 병실로 옮겨지는 복도에서 의문의 호흡이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응급 처치 시기가 늦어져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 환자의 부인은 의료 과실을 문제 삼으면서 보상을 요구해 오고 병원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마취한 외과 의사에게 과실을 인정하는 서명을 강요하지만 의문을 품고 있던 의사는 서명을 거부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병원 내의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이 아니다. 1994년 에도가와 람포상 수상 작품인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검찰을 죽여라>와 같은 동종 업계의 암투랄까, 서로 이권을 장악하려는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어떤 암투와 음모가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서로 다른 의과 대학간의 경쟁, 같은 지역 병원간의 환자 확보, 또한 일본 특유의 같은 라인 형성에 의한 물고 물리는 악순환이 있다. 이 작품은 그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의사들, 격무에 시달리는 병원 노조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보호받아야 할 환자들의 권리에 대한 문제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의사도 단지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병원도 이익을 남겨야 하는 기업이라는 자각도 하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우리 나라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작품인 <코마>나 <위급할 경우에는>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 이 작품은 작가의 처녀작이고 1992년도 에도가와 람포상 수상 작품이다. 이 작품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 일본적인 리얼리티를 잘 살린 데 있다. 긴박감은 없었지만 늘어지는 면도 없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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