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별꽃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4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 지음, 남정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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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야말로 오르치 남작 부인의 최고 걸작이다. 오르치 부인이 쓴 <구석 노인의 사건집>이나 출판은 안 됐지만 <런던 경시청의 몰리 부인>도 있고 특히 구석 노인은 안락의자탐정의 효시격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녀의 대표작은 뭐니뭐니 해도 <빨강 별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이 너무 유명해 다른 작품이 빛을 보지 못했다니 그 유명세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 작품보다 <구석 노인>의 작품이 더 유명한 듯 하다.

사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을 히스토리 액션 어드벤쳐 로망이라고 이름짓고 싶다. 이 작품의 주인공 빨강 별꽃은 쾌걸 조로와 같은 인물이다. 쾌걸 조로가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니 비슷한 점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런데 이 작품이 쾌걸 조로보다 덜 유명한 것은 우리가 아무래도 미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빨강별꽃이라는 정체 불명의 홍길동 같은 사나이가 조직을 이끌고 프랑스 혁명 당시 길로틴에 희생될 프랑스 귀족들을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빼돌리는 이야기가 줄거리다.   

프랑스의 공포정치 시대. 악명 높은 기요틴의 희생자가 되는 프랑스 귀족들을 구해 내는 이름 모를 영국인과 그의 부하들. 그의 변장은 언제나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묘하고 그의 출현은 그야말로 신출기몰하다. 이 인물은 언제나 빨강 별꽃의 무늬를 남긴다 해서 빨강 별꽃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이 빨강 별꽃의 모험담과 함께 시작되는 것은 프랑스 평민 출신 여배우이면서 영국의 귀족이며 대 부호와 결혼한 여자가 오빠를 볼모로 협박하는 프랑스 대사에게 빨강 별꽃의 정체를 알아내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 당시 길로틴에 희생당하는 많은 귀족들을 구출하는 영국인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빨강 별꽃의 신출기몰함은 쾌걸 조로와 같고 변장술은 뤼팽같다. 프랑스 혁명의 이면의 역사를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작품이지만 역사란 어차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므로 남의 나라 역사에 왈가왈부할 건 없을 듯 싶지만 프랑스 귀족을 구하는 영국인의 활약상이라 프랑스 사람들은 조금 기분 나쁠 듯도 싶다. 프랑스 귀족의 희망이 영국인이라니. 

시대를 막론하고 희생자는 불쌍한 것 같다. 귀족의 등살에 못살던 평민들도 그렇고 그런 평민들에게 하루아침에 목이 달아나는 귀족도 그렇고, 역사는 항상 누군가에게는 잔인함을 보여 준다. 그것이 누군가만이 다를 뿐 언제나 당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줄거리는 사랑이다. 사랑의 믿음과 불신, 사랑을 지키기 위한 희생과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표현한 작품으로 이 작품을 로맨스 소설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이 작품을 읽으면 이 작품의 장르가 궁금해지겠지만. 추리 소설이 잔인해서 읽기 괴로운 분들에게 추천한다. 사랑과 모험, 낭만과 서스펜스, 덤으로 남의 나라 역사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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