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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경감 최대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1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크로이든발 12시 30분>을 먼저 읽은 나로서는 사실 프렌치 경감에 대한 호기심은 없었다. <크로이든발 12시 30분>이 크로프츠의 최고 걸작인 <통>에 대한 호감을 반감시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렌치 경감의 우둔함이라니. 참 크로프츠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었던 나로서는 이 작품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보석을 취급하는 회사에서 오랫동안 회사에서 일한 나이 많은 사원이 살해당하고 금고가 열린 채 보석이 도난 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때 미국 부호의 부인이라는 여자가 도난 당한 보석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여자가 혐의를 받지만 그녀는 알고 보니 왕년의 여배우였다. 또한 이 회사의 네덜란드 지점 사원의 행방이 그 즈음 묘연해지고 그의 조카와 사장 딸의 결혼이 미뤄진다. 다이아몬드를 취급하는 회사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다이아몬드와 현금이 금고에서 도난 당한다. 프렌치 경감은 수사에 착수하지만 번번이 범인이 쳐 놓은 함정에 빠진다. 하지만 결국 범인은 잡힌다는 명제 아래 마지막에 어렵게 범인을 잡는데 그 범인을 보고 프렌치 경감은 기겁을 한다.
프렌치 경감 최대의 사건이라기보다 프렌치 경감이 최고로 많이 여행을 다니며 품을 많이 들인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이 프렌치 경감 최대의 사건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어쩌면 프렌치가 너무도 많이 발로 뛰어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는 고생 끝에 범인을 붙잡기 때문 아닌가 생각된다. 프렌치 경감이라는 탐정의 창조만 아니라면 범인에 초점을 맞추어 완전범죄를 만들어 봄직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프렌치 경감이 최초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크로프츠가 이 작품 이후의 작품에서는 그를 자신의 탐정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읽어본 결과 그다지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었다. 물론 읽으면서 정말 경감이 이렇게까지 발로 뛰어다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치 로렌스 샌더스가 창조한 에드워드 댈러니 경감을 연상시키는 끈질김은 높이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25년에 출판된 작품이므로 트릭도 나무랄 데는 없다고 생각된다.
프렌치 경감은 열심히 뛴다. 머리가 안 따르니 발로 열심히 뛸 수밖에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대 경찰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색 뇌세포의 주인공 포아로와 앉아서 천리를 보는 듯한 안락의자형의 많은 탐정들은 머리 좋고 기발하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인 인물들로 그려지지만 프렌치 경감은 실제적 인물 같다. 그래서 다소 답답한 면을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중간쯤 가면 작품의 결말과 범인이 눈에 띄는데도 프렌치 경감은 단서를 따라 동분서주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크로프츠의 노림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똑똑이들에 싫증난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기 위한 역공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통>의 작가가 독자들보다 어리석을 수는 없으니까.
물론 이런 류의 작품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몇장 읽으면 범인을 알게 되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 이 작품은 프렌치 경감의 불굴의 의지를 나타내는 작품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경찰이 있다는 것, 이것으로 충분히 색다른 탐정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너무 머리 좋은 탐정, 그래서 독자를 질리게 하는 포와로나 홈즈에게 염증을 느끼는 독자라면 편하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작가이니 만큼 만족감을 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