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제야 한국 단편의 진수를 만났나 봅니다...

2003 올해의 추리소설 - 인간을 해부하다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3년 7월

한국 추리 작가 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추리 소설 단편집 가운데 타이틀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집이다. 대가들의 작품은 선정되지 않은 가운데 신인 작가들, 중진들의 작품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지금까지 나온 단편집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고른 작품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류성희라는 작가의 단편 몇 편을 그 동안 읽었는데 역시 이 작가의 단편이 아주 좋았다. 장편을 쓰셨는지 알 수 없지만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장편을 쓰신다면 꼭 읽고 싶은 마음이다. 방재희의 '퀸과 루브의 연인'은 어떤 점이 미스테릭한 지 알 수가 없었다. 약간 SF 단편 같은 느낌을 주는 색다른 단편이었다. 좀 더 생각하고 있다. 정가일의 '도륙'은 정말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우리 나라 단편을 이렇게 유쾌한 기분으로 읽기도 처음이라 기분 좋았다.

장태우의 '인연의 끝'은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다. 이런 소재는 많았는데 좀 더 다듬어 완전범죄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크림 막대에 메니큐어로 표시를 하는 어설픔이라니, 그보다 색색의 스트로우나 뭐 이런 색깔이 다른 막대를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낯익은 작가 이경재의 '13층의 여인'은 오컬트적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마지막 이야기가 조금 아쉬웠다. 딕슨 카적인 오컬트나 아니면 SF적 접목을 시도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날이 발전하고 속속들이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보며 희망을 가져 본다. 인간을 해부하듯 독자들의 심리를 해부해서 우리 추리 작품들이 더 나아지고 발전해서 주류의 한 장르로 자리를 확실히 잡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