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 주교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7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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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가드너의 작품은 모두 어떤 면에서 연결된다. 다음 작품의 등장 인물이 전 작품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 전의 작품을 읽지 못해서 이 작품이 전 작품 <The Case of the Sleepwalker's Niece>에서 어떻게 말더듬이 주교가 등장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인 <The Case of the Lame Canary>는 마지막 장면에서 카나리아 새장을 들고 오는 다음 의뢰자의 등장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점이 스탠리 가드너의 다작이 가능했던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독자에게 다음 작품으로 예고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그래서 스탠리 가드너가 미국 독자들에게 사랑 받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 작품의 평이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페리 메이슨. 전형적인 미국적 변호사인 그의 팬은 아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아로에 중독이 되 듯 메이슨에게 중독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어떤 추리적 트릭도 보여지지만 그것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페리 메이슨이 원맨쇼로 의뢰인을 구하는 것을 주로 한다. 또한 메이슨과 함께 그의 비서 델라 스트리트, 아래층에 있는 메이슨의 친구이며 전속 탐정격인 폴 드레이크의 조연도 빼놓을 수 없다.   

주교가 말을 더듬는다? 주교는 절대 말을 더듬으면 안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설교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라던가 아니면 품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던가 그렇단다. 어느 날 말을 더듬는 주교가 호주에서 난데없이 페리 메이슨을 찾아와 이상한 소리를 하며 도박 같은 이야기를 한다. 오래 전 과실치사를 저지른 여자 이야기, 그녀가 결혼한 남자의 아버지가 지금은 억만장자라고 하며 메이슨에게 투견 의식을 고취시킨다. 하지만 의뢰를 결정하기도 전 주교는 사라지고 자신은 살인자 편이 되어 이제는 거절할 수도 없게 되었다.  

뒤바뀐 부잣집 손녀딸에 얽힌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으로 페리 메이슨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별로 매력을 못 느끼겠지만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읽을수록 시리즈 전권을 읽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우선 잘 읽힌다는 점이 있다. 또한 그다지 머리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결정적으로 여성 독자들이 좋아할 드라마틱한 요소와 대부분 여자가 관계된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어보고 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트릭면이 아닌 드라마적 요소로 인해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처럼 전 시리즈가 나왔으면 희망을 갖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주교는 절대 말을 더듬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말을 더듬는 주교가 나타나 메이슨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사라진다. 과연 메이슨은 그를 진짜 주교로 믿고 의뢰를 맡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가짜 주교로 생각하고 거절할 것인가. 처음부터 난점을 갖고 시작하지만 사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메이슨의 매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동서 미스테리 북스에서 스탠리 가드너의 <비로도의 손톱>도 나와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을 듯 하다. 

부록처럼 실린 루스 랜들의 <열병 나무>는 인간의 심리를 서스펜스 측면에서 이 작품만큼 묘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은 단편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전율하게 만드는 작품. 펜은 총보다 강하다고 했다는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최고의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단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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