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같은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3
토마 나르스작 외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는 두 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다. 한 편은 표제이기도 한 삐에르 부알로와 또마 나르스잭이 같이 만든 팜므파탈을 소재로 한 <악마 같은 여자>이고 다른 한 편은 노엘 칼레프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이다.  

악마 같은 여자는 삐에르 부알로와 또마 나르스잭이 공저한 작품이다. 추리 소설은 특히 두 사람이 같이 만드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대표적인 작가가 엘러리 퀸이다. 두 명의 사촌 프레드릭 대니와 맨프레드 리가 만든 필명이 탐정이기도 한 유명한 시리즈다. 또한 부부인 펠 바르와 마이 슈발이 쓴 <웃는 경관>이 대표작인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있다.

이 작품은 팜므파탈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남자가 정부와 공모해서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다. 하지만 죽은 아내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쪽지를 남기고 그녀의 오빠에게 모습을 나타낸다. 남자는 그녀의 영혼이 그를 찾는 거라 생각하고 그녀를 기다리다 마침내 자살을 한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후 나타나는 심리 묘사와 전형적 팜므파탈의 이야기가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이다.

앞의 몇장만 보면 내용은 빤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이런 류의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영화도 있었으니까 읽는 독자들은 금방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범인이 이미 정해져 있는 거니까 제목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살해자는 남자인데 왜 제목은 악마 같은 여자인가? 그것은 마지막 장면 마지막 대사를 읽어야만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표제의 작품인 삐에르 부알로와 또마 나르스잭 공저의 '악마 같은 여자'가 아니라 노엘 칼리프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다. 그 동안 정말 읽고 싶었던 작품이라 이 책 안에 숨겨진 듯 수록되어 있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이라니. 정말 감격스럽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도서 추리에 속하는 듯 하면서도 아이러니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떤 도서 추리 보다 월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의 아이러니를 정면에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남자가 살인을 계획대로 수행한 뒤 증거를 잘못 가져오는 바람에 그의 차에 시동을 걸어 둔 채 다시 회사로 돌아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때 관리인이 전원을 끄고 퇴근하는 바람에 그는 주말을 꼼짝없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지내게 된다. 그런데 그가 세워둔 차를 훔쳐 타고 남녀가 떠나 버리고 그 광경을 목격한 그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 피우러 가는 줄 알고 난리를 피운다.  

정말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니 죄지을 생각일랑 말아야겠다. 마지막 남자의 말이 걸작이다. '희망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신용 대부 같은 것입니다. 절망이라는 것은, 이건 현금입니다.' 요즘 세상에 가슴에 정말 와 닿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작품을 표제로 해서 내 놨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뿐이다. 

두 작품 모두 인생이 만만한 것이 아니고 범죄는 더더욱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 아님은 완전 범죄가 늘어나고 범죄 발생율은 늘어나는데 검거율은 줄어드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