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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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추리 소설 첫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고양이 프란시스가 탐정이 되어 자신의 종족인 고양이들의 연쇄 살해 사건을 푸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펠리데란 고양이를 뜻하는 말이란다. 이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독특한 소재와 그것을 잘 풀어 나가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 그리고 고양이의 오만함과 고양이 특유의 행동들을 잘 묘사하고 많은 종류의 고양이를 등장시킨 화려함에 있다고 하고 싶다.  

고양이가 고양이 살해 사건을 파헤치는 아주 독특한 추리 소설이다. 독특한 추리 소설에 목말랐던 독자들이라면 신선하게 읽히리라 생각되는 작품이다. 똑똑하고 스스로 논리적이며 호기심이 병이라고 생각하는 프란시스가 한 마을에 이사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그는 이사 오자마자 살해된 동족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연쇄 살해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탐정 활동에 나서게 된다. 그는 점차 많은 것을 알아 가지만 마지막까지 가서 살해자와의 대결에까지 이르게 되고 그것은 그에게 깨달음과 슬픔을 안겨 주게 된다.  

이 작품이 마치 누가 네 오른 빰을 때리면 왼 뺨을 내밀라는 식의 성서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작가가 터키 태생이면서 독일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랍과 유럽의 그 깊은 역사야 잘 아는 일이고 지금도 계속 그들은 끊임없이 싸우고 있으니. 아마도 작가는 고양이 프란시스를 통해 '눈에는 눈으로'라는 식의 모든 슬로건을 버리자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고양이로 인해 인간을 좀 더 성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고양이 자체의 시각적 발상도 좋았고.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 살묘 사건을 다룬 완벽하고 완전한 고양이 추리 소설이다. 등장하는 것도 모두 고양이고 인간은 단지 탐정 고양이 프란시스의 주인과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인물뿐이다. 살해되는 것도 고양이들이고 고양이가 범인이다.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작가가 얼마나 고양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작품이고 더불어 고양이를 단순하게 인간으로 봐도 상관없는 작품이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고양이 이야기지만 내용 속에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을 담고 있어 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오히려 이렇게 보니 인간에 대한 성찰이랄까 인간으로서 깨닫는 것이 더 많다. 고양이가 등장하지만 지극히 인간적 내용이고 인간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다.

인간은 자신들만이 지구에서 유일한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듯이 고양이들에게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들도, 아니 모든 다양한 생명체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가장 위대한 지구상의 존재라고 생각할 거라는 데 공감한다. 또한 모든 살해 사건은 그것이 어떤 당위성을 갖든 지극히 너무도 인간적이라는데 공감한다. 고로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사악한 존재들이라는 프란시스의 생각에 공감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길들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란시스처럼. 2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모처럼 좋은 시리즈를 보게 되어 기쁘다. 계속 출판해 주시길 출판사에 간절히 부탁드리는 바다. 불황이라고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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