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2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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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Trial and Error>인 이 작품은 1937년에 앤서니 버클리 콕스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작품이다. 프랜시스 아일즈의 이름으로 발표된 <살의>와 비교되는 이 작품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살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독 초컬릿 살인 사건>에 등장했던 치터윅이 등장한다. 아마 이 세 작품을 함께 읽으면 아주 좋을 듯 싶다. 며칠 전 피터 러브시의 <가짜 경감 듀>를 읽고 감탄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또 감탄하게 되다니 정말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  

역시 버클리 콕스다. 이 작가의 작품은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살의>를 시작으로 <독 초컬릿 살인 사건>과 이 작품까지.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은 <살의>와 많이 비슷하다. 아니 <살의>에서의 아이러니한 블랙 유머와 <독 초컬릿 살인 사건>에서의 기막힌 반전을 한층 성숙시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남자가 자신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그 시간을 인류를 위한 유익한 일에 쓰고자 결심한다. 그런데 그가 아는 사람들은 그 유익한 일로 악인을 살인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히틀러나 무솔리니에서부터 협박범이나 유언비어 살포자 같은 주변에 해를 끼치는 사람을 제거하라고. 그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하던 남자는 드디어 적당한 상대를 만난다. 유명한 여배우지만 남의 가정을 파탄 내고 돈을 갈취하고 자신보다 재능이 많은 배우를 짓밟는 그런 나쁜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일을 저지른다. 하지만 항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다른 무고한 사람이 죄인이 되어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한다. 남자는 악착같이 그를 구하려 애를 쓴다. 그래서 제목이 시행 착오인 것이다. 영국에서는 <살의>를 더 높이 평가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이 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란 무엇일까. 이 작품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또한 어느 나라나 사법 제도는 완고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을 읽고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던 '한 사건에 두 용의자'라는 내용이 생각났다. 범인이 어떤 인물을 진법이라고 일단 확정하게 되면 그 뒤 진범이 나타나든, 다른 증거가 나타나든 경찰이나 검찰은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정의를 가장 잘 실현해야 할 기관이 사실은 정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한 인간의 일생에 대해 어떤 느낌조차 없다는 것 이것이 우리를 더욱 정의에 목마르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고 모든 경찰이나 검찰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에서 한 사나이는 자신의 유죄, 살인을 입증하려 애를 쓴다. 다른 작품이 무죄가 되기를 작정하는 것에 비하면 그 또한 신선한 발상이다. 그리고 마지막 우리 앞에 드러나는 진짜 진실은 놀라움 그 자체다. 어떤 작품보다 프랜시스 아일즈, 즉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작품을 추천하라면 이 작품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물론 다 읽으면 더 좋고.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이 작가의 작품이 번역 출판되는 것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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