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울 속에 동서 미스터리 북스 78
헬런 매클로이 지음, 강성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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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엘러리 퀸 미스터리 단편 콘테스트에서 2등을 수상한 동명의 단편을 읽었던 나는 이미 이 작품의 줄거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편과 장편은 같은 소재를 사용하고 같은 결말을 낸다고 하더라도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또 읽을 때의 느낌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오랫동안 읽고 싶어했다.  

도플갱어를 추리 소설의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분위기는 딕슨 카의 <화형법정>을 연상시키지만 전재 방식은 전혀 다르다. 여학생 기숙사에서 부임한 지 얼마 안 되 여선생님이 쫓겨난다. 그녀는 그 이유도 모른 채 받아들이지만 동료의 약혼자인 정신과 의사는 그 내막을 알아내고자 한다. 그녀와 같은 모습의 도플갱어가 여러 사람의 눈에 띄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다 급기야 사고가 발생해 그녀가 호텔에서 전화를 하는 사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죽게 되고 한 학생이 또 다시 그녀의 도플갱어를 봤다고 한다. 진짜 도플갱어가 나타나서 죽음을 예고한 것인지 그 여선생님도 죽게 되지만 결코 정신과 의사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믿으려 하지 않는데.   

어두운 거울 속에 과연 누가 있을까. 아니 어두운 거울 속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여교사가 마침내 자신의 운명처럼 죽었지만 그것을 살해라고 단정짓기도, 범인을 알고 있고, 범인의 수법도 알고 있지만 입증할 방법은 없다. 아니 과연 누가 믿어 줄 것인가. 아주 독특한 작품이다. 스릴러적이면서도 지극히 추리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확실한 해결을 했더라면, 아니면 범인을 궁지에 몰아 넣어 - 속임수나 트릭을 써서라도 - 자백이나 진실을 가려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결말을 알고 읽는 추리 소설은 시시하다고 하지만 이 작품은 결말보다 그 과정이 더 독특해서 돋보이는 작품이고 특히 헬렌 맥클로이의 정신과 의사 탐정 베이질 윌링의 등장하는 작품이라 후에 정신과 의사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조나단 켈러맨의 알렉스 델라웨어와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도플갱어라는 독특한 소재를 추리 소설에 과감히 사용한 작가의 놀라운 창조 정신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아울러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이 작품과 <화형법정>을 언급한 것은 비슷한 오컬트적 분위기와 전혀 다른 결말 때문이다. 정말 도플갱어가 나타난 것인지 알고 싶은 독자들은 읽어보시고 더불어 <화형법정>도 읽어보면서 여름을 맞이하시길. <어두운 거울 속에>. 제목이 참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마치 밤중에 자다 일어나 거울을 마주 했을 때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놀라게 되는 그런 섬뜩함을 주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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