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혼례 캐드펠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1998년 3월
평점 :
품절


돈 많고 나이 든 남자에게 보호해 줄 사람 한 명 없는 어린 소녀가 시집을 가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십자군 전쟁의 영웅인데도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사악한 친척이 있어 그녀를 돈에 팔아 넘기려 하고 있다. 결혼식 전날 어디를 갔다 온 신랑이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거짓과 배신과 더러운 욕망과 계략이 춤을 추는 비운의 결혼식 전 날밤, 신랑은 어디론가 산책을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게 되고 그에게 쫓겨난 젊은 향사는 그를 죽인 범인으로 몰려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런 와중에서 캐드펠은 증거가 없는 동안은 범인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신랑의 흔적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젊은 향사는 그를 도와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범인은 주인에게 반항하고 소녀를 흠모하던 시종이 지목되지만 캐드펠은 그의 몸에 붙은 풀꽃 한 송이에 주목한다. 특정 지역에서만 사는 꽃. 그는 어디를 갔다 오는 길이었을까? 그리고 늙은 나병 환자는 누구일까? 수도원과 그 주변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한편의 서사시처럼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캐드펠 시리즈가 모두 나름대로 아름답고 애잔한 로맨스를 한가지씩 소개하지만 이 작품은 두 가지의 로맨스를 소개하고 있다. 젊은 처녀의 밝은 로맨스와 나이 든 첩의 쓸쓸한 로맨스를. 그런데 나이 든 첩의 로맨스가 더 가슴에 와 닿으니 역시 나이란 속일 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  

일본 추리 소설을 보면 범인은 항상 이 사람만은 범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이어서 더 비극적으로 보이고 가슴 아픈 기억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나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의당 범인이었으면 하는 사람이 범인이고 범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은 절대 범인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지막에 언제나 해피엔딩을 그리게 하기 때문에 마음을 가볍게 하는 효과가 있다. 더 나아가서 항상 일어나는 살인의 피해자도 언제나 등장 인물 가운데 죽기 적당한 사람이라던가, 좀 더 나쁜 사람이고 죽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은 끝까지 살아 남는다. 물론 가끔 예외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런 작품도 그다지 비극은 아니다.  

신은 선한 인간은 항상 돌보고 계신다. 그가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억울함을 신은 알고 계시며 언제나 그를 도울 사자를 준비하신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가 우리에게 언제나 하는 말이다. 거짓없이 믿음을 가진 자는 그 믿음에 보답을 받고, 믿음에 대한 배신은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우리는 어떤가. 누군가의 불행을 가슴 아파하고 그에게 믿음의 손을 내밀고 있는가, 그것이 보잘것없고 나약하다 하더라도. 아니면 더럽고 추한 손으로 불행에 빠진 자를 낭떠러지로 밀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