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어떤 작가의 작품은 한 권만 읽어도 진가를 알 수 있고 어떤 작가는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어 나가면서 진가를 느끼게 된다. 이 작가는 후자에 속한다. 내가 처음 읽은 <마지막 모험>은 평범한 영화 시나리오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 <악어의 심판>에서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작가의 글쓰는 느낌이 전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 이르러 작가가 그리는 작품 세계를 알 것도 같아졌다. 마치 이 정도는 괜찮아. 세상에 이런 조그만 죄를 짓는 사람들은 흔하니까 봐주고, 그러다 죽으면 그건 그 사람 팔자지. 하지만 진짜 나쁜 놈은 죽어야 돼. 법보다 가까운 주먹으로, 아니 총으로... 이런 작가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 한 작품이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이 환상속의 인물이 아니어서 좋다. 허구적 인물이 아닌 상처 입고 쓰러져 본 나이가 듬직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들 중 누군가는 주연이고 누군가는 조연이다. 누군가는 허무하게 죽고 누군가는 살아 남아 더 나을 것 같은 인생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범죄자들의 희극적 행동은 재미있기보다는 비애를 느끼게 한다. 그들은 신이 조종하는 끈 달린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느낌을 준다. 마치 인생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흔한 범죄 소설같지만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것이 엘모어 레오나드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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