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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이수광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요소들의 집합체를 보는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조직폭력배의 약자를 향한 폭력, 여자를 이용하는 비열함, 어쩔 수 없이 당하기만 하는 나약함, 그리고 정치다. 사회의 부조리야 한 두 가지가 아니니 그것 자체를 소재로 한다는 것은 현대 추리물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죽음으로 복수를 완성하는 처절함은 비장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혐오감만 주는 것 같다. 캐릭터 하나 하나마다 정말 마음에 안 들고 개성 없고 단지 인간의 무능은 어디까지이며 힘없다는 것은 밟혀야 하는 것과 같다는 식의 논리 전개에 짜증날 뿐이다. 어줍잖은 줄거리로 사회파 하드보일드를 구사하기보다는 그냥 간단하게 whodunnit을 지향하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