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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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캐드펠 시리즈가 종착역에 다와 간다. 역자의 말대로 왕과 황후의 싸움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런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삶은 묵묵히 이어진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작품 안에는 성 베드로 성 바울 수도원에서 모시는 위니프레드 성녀의 기적과 중세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신탁을 접할 수 있다.  

폐허가 된 자신들의 수도원의 재건을 위해 젊은 견습 수사는 성녀를 훔친다. 성녀가 사라진 캐드펠 수사의 수도원은 난리가 나고 캐드펠 수사가 사건을 조사하던 중 견습 수사는 자백을 하지만 이미 한 사람의 증인이 살해된 다음이어서 그는 절도죄와 더불어 살인죄로 갇힌다. 자신의 수도원의 재건을 위해 성녀 위니프레드의 유골함을 훔친 견습 수도사와 그로 인해 아무 죄 없이 목격자로 지목되어 살해당한 남자와 노예 신분으로 노래를 부르는 여자와 숨어 있는 냉혹한 살인자가 등장하는 캐드펠 시리즈 열 아홉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마치 대 단원의 마지막을 알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내용은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견습 수도사와 노예 가수의 사랑보다 더 내 눈길을 끌었다. 아무래도 작가가 시대에 맞춰 캐드펠의 놀라운, 더 발전하는 탐정의 기량보다는 수도원과 종교에 맞춰 작품을 쓰기로 작정한 느낌을 받는다. 소르테카 비블리스 의식이라는 것. 성경책을 펼쳐 그 구절이 뜻하는 것을 성녀의 말씀으로 받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러나 캐드펠 수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성녀의 계시만을 따르면 되는데. 하지만 계시도 제대로 풀 수 있는 자의 마음에 닿아야 제구실을 하는 것이니 그것도 일종의 단서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어차피 이 시리즈를 읽는 것이 대단히 치밀한 추리 작품을 바란 것인 아니었으니 상관은 없다.

처음 성녀 위니프레드가 수도원에 오게 된 경위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는 캐드펠 시리즈 첫 작품인 「성녀의 유골」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그 성녀가 베푼 기적 중 가장 큰 기적인 룬 수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이야기는 「고행의 순례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언제나 이 작품을 읽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게 된다. 옛날 죄인이 도망가도 잡을 수 없었다는 소도와 같은 느낌. 죄 있는 자에게도 인정의 여지를 남기고 죄 없는 자의 억울함은 끝까지 풀어 주고 지위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공정함을 베푸는 우리가 언제나 그리는 이상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더없이 아름답다.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 모금 단 물이 되어 주는 이 시리즈의 끝이 보임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 첫 작품부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캐드펠 시리즈는 수도원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왕과 황후 사이의 전쟁 사이에 놓인 도시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내면서 시간을 초월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말해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종교가 어떤 것보다 우위에 있다면 모든 사람이 종교인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살아갈 길이 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한쪽의 잣대로 다른 쪽을 재려 하는 누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시 읽으면 좋은 냄새가 나는 듯 마음이 편안해 지는 작품이다.

마지막에 이르는 길이 보이니 더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너무 아쉽다. 종교와 역사, 문화를 떠나서 이 작품은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는 느낌을 주면서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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