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살인
김성종 지음 / 명지사 / 198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한 피아니스트의 죽음... 피아노 소리가 시끄러워서 죽였다는 피고의 증언. 이것만 가지고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지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다. 김성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추리 소설가인 이유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부산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살해된 피아니스트의 살인범을 찾는 이야기다. 나는 그 피아니스트의 아랫집에 사는 대학 교수로 딸이 그녀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나의 대학 시절 동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기인 형사는 범인으로 나를 지목하고 나는 의외로 자신의 죄임을 쉽게 자백한다. 아니 부인하지만 그들의 증거가 너무 확실해 보여 더 이상 부인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는 너무 쉽게 자신을 범인으로 단정한 모든 사람들로 인해 인생을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때 그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 준 이는 그가 구해 준 어린 창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한 자백과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줄 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현실에 냉소적으로 변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묘사된 작품이다. 나를 위해 싸워 주는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표현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치열한 삶에 대한 열정이 모자란 것이 흠이고 이 작품의 무대가 우리 나라가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이었다면 다른 결말을 기대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학적 증거가 죄의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 좀 더 달랐을 테지만 그래도 삶의 허식을 버린 사람의 체념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이 가슴에 와 닿은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사법 제도와 과학이 아닌 자백의 강요에 의한 범인 검거를 잘 묘사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세련된 멋은 없지만 우리 정서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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